온라인탑골공원으로 다시 소환된 양준일이 화제다.
얼마 전 열린 팬미팅 전 기자간담회에서 만난 양준일은 "간절히 바라는 것은 바라지 않을 때 찾아온다"라고 말했다. 양준일은 아마 국내 최초의 50대 아이돌일 것이다. 솔직히 양준일의 나이가 50이라는 것은 실제 그를 보면 선뜻 믿기 어렵다(어디를 봐도 우리가 아는 50대의 일반적인 모습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양준일은 '뉴트로 열풍'을 탄 '문화적 신드롬'을 넘어 '사회적 현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국계 미국인인 양준일은 뉴 잭 스윙 등으로 장르로 시대를 앞서간 뮤지션으로 평가 받는다. 1991년 데뷔곡 '리베카'를 비롯 '가나다라마바사' 등을 불렀다. 하지만 당시 영어 노랫말을 많이 쓰고 춤이 선정적이라는 이유로 방송 활동에 어려움을 겪었다. 2018년 유튜브를 통해 그의 과거 무대 영상이 주목받았고, SBS ‘인기가요’ 예전 방영분을 틀어주는 ‘SBS K-POP CLASSIC’ 유튜브 채널, 속칭 ‘온라인 탑골 공원’을 통해 화제가 되었다. 지드래곤을 연상케 하는 얼굴, 늘씬한 비율, 감각 있는 패션 스타일, 지금 들어도 흥겨운 음악으로 놀라움을 주며 ‘탑골 지디’라 불리고 있다. 시대를 앞서 이곳에 도착했지만 누구도 알아보지 못한 비운의 ‘시간 여행자’, 그것이 양준일을 수식하는 말이다.
90년대를 겪지못한 세대에게는 "그때 이런 가수가 있었어?"라는 새로운 발견의 의미로, 90년대를 겪은 40대에게는 "와... 그때 이랬었지"하는 향수어린 감동, 그리고 그 이상의 나이대에서는 "우리 나이에도 스타가 될 수 있다니"라는 희망을 보게 한달까. 따라서 '발견과 향수, 희망'이라는 세 단어로 양준일을 정의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양준일은 50대로 접어든 지금 20대 때 바라던 K팝 스타가 됐다. "현실에 무릎을 꿇고 나니 믿기지 않는 상황이 펼쳐져서 굉장히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양준일은 "인생에서 원하는 그것을 내려놓으면 마무리가 된다. K팝 스타가 되기를 간절히 원했던 20대에는 그 꿈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지금 현재 전혀 K팝 스타를 꿈꾸지 않았는데 스타가 됐다"고 얼떨떨해했다.
방탄소년단이 세계적인 인기를 끌게 된데도 기존 대중매체가 제공하는 콘텐츠가 아닌 유튜브라는 매체를 통해 세계인들이 발견해 내 준 것이 큰 몫을 차지했듯이 양준일처럼 앞으로도 지난 스타들이 다시 재발견되는 양상이 재현될지 모른다. 그렇다고 누구나 유튜브를 통해 스타가 되라는 말은 아니지만 최소한 나이와 학력,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도전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열렸다는 의미다. 우리는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 꿈을 꿀 수 있다. 간절히 바랄 수도 있다. 그리고 간절히 바라는 것은 바랄 때 이뤄질수도 있고 바라지 않을 때 이뤄질 수도 있다. 잠시 일이 풀리지 않는다고 좌절할 필요는 없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바라지 않을 때 다가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20년 새해를 시작하며 양준일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의미는 그가 말한 것보다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꿈을 꾸자. 2020년에도 바래지 않을 새로운 꿈을…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