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수사를 시작했지만 약 7개월간 기소를 하지 않던 검찰이 총선을 3개월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기소하자 민주당은'기계적 중립을 위한 끼워넣기식 기소'·'보복성 기소', 자유한국당은 '편파기소'·'솜방망이 처벌'이라고 각각 비판하고 나서면서 여야간 정치 공방도 가열되고 있다.
특히 폭력·감금에 적극가담한 야권 고위인사가 빠졌다는 비판이 있는 반면 단지 현장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기소를 당했다고 억울함을 호소하는 주장이 엇갈린다.
서울남부지검 공공수사부(조강환 부장검사)는 지난 2일 오후 특수공무집행방해, 국회법 위반,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자유한국당 의원 23명과 더불어민주당 의원 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들 가운데 정식 재판에 넘겨진 대상은 한국당에서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강효상·김명연·김정재·민경욱·송언석·윤한홍·이만희·이은재·정갑윤·정양석·정태옥 의원 등 14명이다.
민주당에서는 이종걸·박범계·표창원·김병욱 의원 등 4명이 정식 재판에 넘겨졌다.
이로서 지난 4월 첫 사건이 접수된 이후 무려 9개월만에 '패스트트랙 충돌사건'은 법정으로 넘어가게 됐다. 조사대상이 국회의원 등 '살아있는 권력'이고 대상자가 많았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지나치게 시간을 허비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또, 비난여론이 빗발칠 때에는 가만히 있다가 조국 전 장관에 대한 기소와 신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취임에 맞춰 기소를 했다는 점에서 '정치적 계산'이나 '동기'를 의심하는 시각도 있다.
불구속 기소라는 점과 향후 정치일정 등을 고려할 때 4월 총선이 끝나고 21대 국회가 출범하고 난 뒤인 올해 하반기는 되야 1심 선고가 나오기 시작할 것이라는 점을 들어 '검찰이 정치적 고려를 했다'고 보는 견해다.
여권에서는 채이배 의원 감금에 적극가담한 자유한국당 여상규 의원이 기소대상에서 빠지고 민주당 의원들을 대거 기소한 것도 문제삼고 있다. 사건의 본질인 '의사방해'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여 의원은 빠진 반면 본질과 관련없는 '별건'으로 민주당 의원들을 기소를 했다는 것이다.
야권은 야권대로 "여당의 불법행위를 막기 위한 물리력을 처벌하려 하고 있다"며 '검찰이 청와대에 순응하기 시작했다'고 목소리를 높혔다.
여야는 모두 검찰을 향해 '엄정하지 못하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히고 있는 셈.
법조계에도 '기계적 중립'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사안의 중대성이나 위법성를 고려하기 보다 여야 숫자 맞추기에 골몰했다는 것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사법연수원 44기)는 "(검찰은) 민주당 측이 방어행위만 했을 거라고 인정 해주기가 싫은 거 같다"며 오히려 "(그간)자유한국당이 자신(검찰)들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공평하게 기소한다고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현행 국회법 166조는 국회 회의를 방해할 목적으로 회의장 등에서 폭력행위를 하거나, 이런 행위로 의원의 회의장 출입을 방해하는 사람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이른바 '국회 선진화법'이다.
또한 공직선거법은 국회 선진화법을 어겨 5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는 경우 5년 동안 피선거권을 박탈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기소된 국회의원들이 5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는다면 향후 5년간 선거에 나갈 수 없다. 집행유예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피선거권이 10년간 제한된다. 21대 국회에 당선된다고 해도 직위를 상실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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