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금융 수장들 '혁신금융' 강조한 날 기업은행엔 '낙하산 행장' 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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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웅 기자
입력 2020-01-05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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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지는 '낙하산 인사' 논란… 노조, 총파업 예고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은성수 금융위원장 등 범금융 수장들이 한자리에 모여 '혁신금융'을 강조한 날 IBK기업은행에는 '낙하산 행장'이 취임했다. 새 행장은 기업은행 노동조합의 거센 반발에 막혀 출근 첫날 본점에 발조차 들이지 못했다.

지난 3일 오후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0년 범금융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범금융권 수장들은 "혁신만이 살길"이라며 지난해에 이어 '혁신금융'을 올해 화두로 제시했다.

은 위원장은 "올해 금융위는 약 6000억원의 예산을 확보해 혁신금융의 확산을 위해 매진하겠다"고 말했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축적된 자원이 혁신·신성장 부문으로 배분돼 성장동력 확충에 쓰일 수 있도록 금융산업이 물꼬를 터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도 "오픈뱅킹 등 금융플랫폼의 혁신은 금융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며 급변하는 기술환경 변화에 대응해야 함을 강조했다.

범금융권 수장들이 한목소리로 혁신을 외쳤지만,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에는 이날 낙하산 인사가 취임했다. 앞서 지난 2일 문재인 대통령은 윤종원 전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을 새 기업은행장으로 임명했다. 기업은행장은 금융위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윤 신임 행장의 임기는 3일부로 시작됐지만, '낙하산 절대 반대'를 외치는 노조에 막혀 윤 행장은 출근 첫날 발길을 돌려야 했다. 윤 행장은 이날 오전 8시28분 서울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 후문에 도착해 출근을 시도했지만, 출근 저지 투쟁을 벌인 기업은행 노조원 100여명에 막혀 본점에 들어가지 못한 채 8시37분 돌아갔다.

허권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낙하산 인사는 '적폐 중의 적폐'라고 했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야당 시절 낙하산을 '독극물'이라고 했다"며 "윤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독극물이기 때문에 (기업은행에) 한 걸음도 들일 수 없다"고 윤 행장을 가로막았다.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 역시 "정권과 문재인 대통령에게 부담 주지 말고 자진사퇴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윤 행장은 "어떤 부분을 걱정하는지 듣겠다"고 답했다. 윤 행장은 "(저를 두고) 함량미달 낙하산이라고 하는데,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중소기업은행을 튼튼하게 만들고, 열심히 해서 경쟁력을 키우도록 하겠다"고도 말했다.

정부의 '낙하산 인사' 강행에 금융노조가 총파업은 물론 여당과의 정책협약 파기까지 예고함에 따라 한동안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금융권 전체가 혁신을 외치는 가운데 낙하산 인사를 임명하는 것은 퇴행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혁신을 위해 외부인사를 수혈하기도 한다"며 "문제는 전문성을 얼마나 갖췄는지와 적절한 청사진을 그리고 있는지인데, 신임 기업은행장이 그런 인물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신임 IBK기업은행장에 임명된 윤종원 청와대 전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이 3일 오전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 본점에서 출근저지 투쟁을 벌이는 노조원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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