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호 진에어 대표가 지난 3일 대한상공회의소 주최로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0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 기자와 만나 이같이 밝혔다.
신년 경영 계획을 묻는 질문에 최 대표는 "항공업황이 어렵고, 일본 노선 회복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토부의 좋은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보이콧 재팬'의 여파로 일본 노선이 위축된 데다 업황 악화로 저비용항공사(LCC)와의 경쟁이 치열해진 만큼 국토부의 제재 해제가 절실한 시점이라는 뜻이다.
국토부는 2018년 8월 진에어에 신규 취항 및 기재 도입을 금지하는 제재를 내렸고, 2년째를 넘기고 있다. 진에어는 지난해 9월 경영문화 개선 이행 내용을 담은 최종 보고서를 제출했지만, 제재는 해제되지 않고 있다.
또한, 한진그룹 오너일가의 불화설도 계열사에는 악재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지난달 23일 법무법인 원을 통해 공식적으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에 '반기'를 들었다. 오는 3월 한진칼 주주총회를 앞두고 계열사들도 '남매의 난'의 충격 여파를 견뎌야 하는 상황이다.
오너일가의 불화설에 대해 최 대표는 "전문경영인 체제로 탄탄하게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대내외 논란에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며 "내실이 있는 회사이고 사람에 의해 좌지우지될 만큼 작은 회사도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최 대표는 최근 연이어 진행되는 항공사 인수·합병 작업에 대해서 "그만큼 항공업황이 어렵고 경쟁이 치열해졌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 대표는 "튼튼한 회사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이 됐다"며 "다만, 규모만 크다고 해서 튼튼한 회사라고 할 수 없다"고 부연했다.
최근 국내 규모 2위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은 31년 만에 HDC현대산업개발을 새 주인으로 맞게 됐고, 제주항공도 이스타항공 인수를 앞두고 있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이은 업계 '빅3' 자리 굳히기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진에어는 국토부 제재 이전에는 제주항공과 국내 LCC 1위를 다퉜지만, 국토부 제재 이후로 신규 운수권 불허, 신규 항공기 도입 제한 등의 경영 제재를 받으면서 제주항공에 1위 자리를 내줬다. 국내 항공사의 2019년 3분기 기준 국제선 점유율을 보면 대한항공 33.4%, 아시아나항공 23.0%, 제주항공 14.7%, 진에어 7.9% 순이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4.8%)과 합병할 경우 점유율은 19.5%로 진에어를 크게 앞서게 된다.
이에 대해 최 대표는 "순위로 항공사를 평가해서는 안 된다"며 "규모나 크기 이외에 평가할 요소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 대표는 "항공사의 경우 안전도 중요하고, 복지도 중요하다"며 "진에어는 안전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철저히 강화하고 있고, 일하고 싶은 회사를 만들기 위해 복지도 향상시키고 있다. 내부 직원들에게는 만족도가 높은 회사"라고 말했다. 진에어는 법무실 신설, 사내 고충처리시스템 구축, 직원이 만족하는 직종별 유니폼 개편 등 경영 개선 성과를 이뤘다.
최 대표는 "국토부에 제출한 최종 보고서를 통해서도 알 수 있지만, 개선된 사항들이 많다"고 강조했다. 진에어가 국토부에 제출한 최종 보고서에는 진에어 경영문화 개선 이행 방안인 ‘독립적인 의사결정 시스템 재정립’, ‘이사회 역할 강화’, ‘사외이사 자격 검증 절차 강화’, ‘준법지원조직 신설’, ‘수평적 조직문화 구축 및 사회공헌 확대’ 등 17개 항목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한편, 이날 개최된 경제계 신년인사회에는 정·관·재계 주요 인사와 주한 외교사절 등 약 1300명이 참석했다.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과 권영수 LG 부회장,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 공영운 현대차 사장, 장동현 SK 사장 등이 참석했고, 항공사에서는 최정호 진에어 대표가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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