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의 악순환'...중동 짙어지는 전운
이란 권력 2인자로 통하던 거셈 솔레이마니가 미국의 공격으로 사망한 뒤 이란은 '가혹한 보복'을 벼르고 있다. 미국도 즉각 반격에 나설 것으로 보여 사실상 '보복의 악순환'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란 모스크(이슬람 사원)에는 붉은 깃발도 게양됐다.
CNN 등 주요 외신은 4일(현지시간) "미군은 며칠 안에 82공수부대 신속대응병력 3500명이 중동에 배치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라크 주재 미국 대사관은 하루 전 이라크에 있는 모든 미국 시민권자에게 즉시 출국하라며 소개령을 내리기도 했다.
◆'충돌 막아라'...국제사회 숨 가쁜 외교전
세계 화약고 중동 정세가 긴박하게 돌아가면서 국제사회도 분주해졌다. 각국 정상과 외교수장들은 잇따라 전화통화를 하고 긴장 완화 방안을 논의하는 한편 미국과 이란에 대화를 통한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은 긴장이 더 고조돼서는 안 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중동에서 이란과 패권을 다퉈 온 수니파 대표국 사우디아라비아도 사태를 악화시키는 모든 행위를 피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중동의 대표 친미국가 이스라엘만 미국을 일방적으로 지지했다.
중국은 미국의 일방적 공습이 "국제관계의 기본 규범을 어긴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러시아와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이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통화를 한 뒤 “국제관계에서 무력 남용을 반대하고 군사 모험주의는 수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양국은 중동 사태와 관련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기로 했다.
◆韓, 중동 엄중 정세에 '촉각'..."호르무즈 파병 다각 검토"
정부는 중동 정세가 매우 엄중하다는 인식에 따라 대책반을 꾸리고 현지에 체류 중인 우리 국민과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나섰다. 정부는 정세가 안정화될 때까지 해외안전지킴센터를 중심으로 본부와 공관 간 24시간 긴급 상황대응체제를 유지할 계획이다.
외교부는 최근 중동 지역을 둘러싼 전운이 고조되는 상황과 관련, 조세영 외교부 제1차관 주관으로 유관 실·국 간부들로 구성된 부내 대책반을 출범하고 이날 오전 첫 대책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에는 조 차관을 비롯해 여러 외교부 관계자들이 참석, 역내 정세를 평가하고 재외국민 보호 조치 등 현황을 점검하는 한편 향후 대응방향을 논의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미국과 이란 모두 전면전으로의 확전을 원하지 않는 상황"이라면서도 "현장에서 오판과 우발적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기에 확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향후 모든 위험 요소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24시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상황이 악화하면 단계별 조치계획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이 요청한 '호르무즈 해협 공동 방위' 동참 여부와 관련해서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안전한 항해를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기여해야 한다는 정부의 원칙적 입장은 변함없다"며 "파병 등 구체적 방안에 대해서는 여러 관계부처가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외교부는 6일 오전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 국방부, 해양수산부 등 관계부처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관계부처 실무 대책회의를 개최하고 중동정세 악화가 유가 등 우리 경제 및 재외국민·기업 보호 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 전방위적 대응책을 논의·강구할 예정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