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서울고법 관계자는 “재정전담부를 만드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재정신청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현재 사무분담위원회 논의가 진행 중이며 앞으로 판사회의 의결 등 절차를 거치게 되지만 이르면 올 상반기에도 운영이 시작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재정신청사건 전담재판부가 생기면 현재 서류심사에서 그치는 데다 낮은 인용률로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재정신청 제도가 실효성을 갖게 될 전망이다.
재정신청은 검사가 기소하지 않기로 결정한 사건의 고소인이나 고발인이 법원에 불기소처분을 취소하고 공소를 제기하게 해 달라고 직접 요구하는 제도를 말한다. 재정신청이 인용되면 검사는 반드시 공소를 제기해야 한다.
재정신청 절차는 형사소송법이 제정된 이후 계속 유지돼 왔지만 실효성은 거의 없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검찰의 '기소독점권'의 중대한 예외로 검찰권을 시민이 직접 견제하는 제도로 활용될 수 있지만 인용률이 1%에도 못미쳐 사실상 유명무실했다.
2019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재정신청은 지난 10년간 18만2000여건이 접수됐지만 인용은 1520건에 그쳤다. 인용률은 0.83%다. 이번에 재정전담부 신설을 추진하고 있는 서울고등법원은 1만4890건 중 77건만 인용돼 인용률은 0.51%에 그쳤다.
재정신청 제도는 검사의 기소권을 사법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제도로 운영방식이나 인용률에 따라 검찰권 남용을 통제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오래 전부터 재정심사를 실질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검사가 불기소 처분을 했을 때 재정신청을 하거나 대법원에 재항고를 할 수 있는데 재항고는 현실적으로 어렵고, (국민들이) 유일하게 희망을 걸 수 있는 게 재정심사다”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혹시 있을지 모르는 (검찰의) 부정을 억제할 수 있는 좋은 제도라고 생각한다”면서 “현재는 (재정신청이) 형식적인 절차에 그쳐 국민들의 불만이 많고, 재정신청을 해도 기소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안타까워 했다.
또 재정신청사건이 형사부에 흩어져 있다 보니 통일된 기준도 없고 재판부가 재정신청사건에 대한 관심도도 낮은 것 같다”면서 "전담재판부가 생기면 검사의 처분을 (법원이) 재확인하는 절차를 통해 검찰에 대한 견제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기대했다.
정치권도 긍정적인 반응이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월 "재정신청에 지나치게 소극적이다"고 지적하면서 "법원이 검찰권 행사를 견제·감독해야 한다"며 재정신청 사건 심리가 실질화돼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한편 전국 6개 고등법원 가운데 재정사건 전담재판부는 일단 서울고등법원에만 신설된다. 하지만 성과에 따라 수원과 부산, 대전, 대구, 광주 등 다른 지방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서울고법 관계자는 “재정전담부를 신설하는 것은 사무분담을 새로 하는 것이라 다른 고등법원과 관계없이 우리 법원에서 따로 진행된다”며 “2월에 사무분담이 새로 정해지는데, 인사이동을 통한 조직개편으로 재정전담부 신설이 진행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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