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호택 칼럼] 4월 총선, 국가 품격 추락시키는 ‘막말정치 out'의 기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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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호택 논설고문
입력 2020-01-09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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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종이신문이나 지상파 방송을 통해 뉴스를 시청하는 사람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IT 선진국에서는 페이스북, 유튜브 같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뉴스를 읽는 독자가 절반을 넘어선 지 오래다. 젊은 세대로 갈수록 이런 현상은 두드러진다. 한국에서 나이든 보수층은 유튜브 뉴스를 열심히 보는 것 같다. 지상파 뉴스가 진보 권력으로 넘어가면서 보수 노년층이 확증편향의 갈증을 유튜브에서 찾는 현상이다.

메이저 신문이나 방송에서는 게이트 키퍼(문지기)들의 편향 논란이 있기는 했지만 가짜뉴스나 부적절한 표현들을 걸러내는 긍정적 기능을 했다. 유튜브나 인터넷신문에서는 자극적인 용어를 쏟아내며 어느 한쪽 편으로 확실하게 기울어져야 영향력과 수입이 올라간다. 어정쩡하게 균형을 잡다가는 클릭 수를 포기해야 한다. 정치적 양극화가 언론의 양극화를 부르고 언론의 양극화가 정치적 양극화를 확대재생산하는 구도다.
정치인들이 인터넷에 뜨는 용어와 표현, 이미지들을 빌려와 대중과 소통하는 데 활용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 아니다. 이재명 경기도 지사는 SNS로 지명도와 인기를 높여서 기초자치단체장에서 광역자치단체장이 되고 일약 대권후보 반열에 오르는 기반으로 삼았다. 그는 언젠가 신문사 논설위원들과의 간담회에서 “SNS에서 여론의 흐름을 살피고, 대중의 공감을 얻는 촌철살인의 언어들을 차용해 대중과 소통하는 데 써먹는다”고 말했다. 그는 SNS 정치도구화의 성공 사례라고 할 만하다.

이와 반대로 최근의 ‘달창’ 논란은 SNS에서 튀는 무분별한 표현들을 그대로 써먹다가 막말 논란에 휘말린 케이스다. ‘달창’은 ‘달빚창녀단’의 줄임말로 특정 정치세력을 조롱하는 표현이다. 정치인이 인터넷의 쓰레기 언어를 가져다 쓰면 정치의 품격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광주민주화운동이나 세월호 유족들을 비하하는 가짜뉴스나 막말 표현도 검증 과정을 거치지 않은 SNS나 인터넷 언론에서 유래된 경우가 많다.
자유한국당 김순례 의원은 작년 초 자유한국당 의원이 주최한 공청회에서 5·18 유공자들을 향해 ‘괴물 집단’이라고 막말을 퍼붓는가 하면 세월호 희생자 유족에게는 ‘시체 장사’ ‘거지 근성’ 같은 입에 담지 못할 표현을 썼다. 이날 공청회에서 발표를 한 지만원씨는 명망 높은 탈북자들을 위장귀순으로 몰아붙이면서 “황장엽·박상학·강철환씨 등이 5·18 때 광주에 왔다가 월북했다”며 광수 1호부터 631호까지 명단을 발표한 사람이다. 허무맹랑한 가짜뉴스 생산자가 어떻게 공당이 주최한 공청회에서 버젓이 발표를 할 수 있는가.
독일에서는 나치를 찬양하거나 나치의 깃발이나 문장을 부착하거나 “유태인 학살이 없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까지도 처벌한다. 표현의 자유에도 명백히 한계가 있다. 김순례 의원은 5·18 망언으로 당원권 정지 3개월의 징계를 받았다가 최고위원으로 복귀했다. 이렇게 솜방망이 징계로 넘어가니 자유한국당에서 막말 논란이 그치지 않는 것이다.

차명진 전 의원은 작년 4월 페이스북에 “자식의 죽음에 대한 세간의 동병상련을 회 쳐 먹고, 찜 쪄 먹고, 그것도 모자라 뼈까지 발라먹고, 진짜 징하게 해 쳐먹는다”는 막말을 했다가 당원권 정지 3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가족이 비극을 당한 유족들에게 최소한의 예의도 갖추지 않은 경박하기 짝이 없는 발언이다. 유족들로서는 “자기 자식이라면 그런 말을 하겠느냐”며 분노가 치미는 것이 당연하다. 차 전 의원은 징계 기간 중에 다시 “문재인은 빨갱이”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원외로 주목도가 떨어지다 보니 어떻게든 자극적인 말을 해서 지지층의 관심을 끌려는 것 같다.

대화를 통해 타협할 통로를 만들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집권당의 책임도 크다. 더불어민주당은 당내의 이견을 허용하지 않고 진영논리에 빠져들면서 극단주의를 조장한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왜 민주당은 윤석열이 이명박·박근혜 적폐 청산할 때는 아무 말 하지 않다가 조국 수사 때는 비난하고 나서는가.

하버드대 정치학과 교수 스티븐 레비츠키는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라는 최신 저서에서 민주주의자와 극단주의자가 치명적 동맹을 맺으면 “민주주의의 규범을 무시하고, 폭력을 용인하거나 조장하고, 언론을 공적(公敵)으로 선언하는 필리핀의 로드리고 두테르테나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같은 대통령이 출현할 수 있다”고 경계했다. 2016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가짜뉴스를 상습적으로 퍼뜨리고, 지지계층이 아닌 사람들을 향해 경멸적 차별적 발언을 서슴지 않는 정치 행태가 세계적 현상이 돼 가고 있다.

극단주의 정치인들이 “국민 여러분”이라고 말하면 자기네 국민만을 말한다. 자신들을 지지하지 않는 상대당과 국민을 적대세력으로 분류해 버린다. 극단주의 정치인이 권력의 중심 무대에 서지 못하도록 정당 지도자들과 언론이 게이트 키퍼 역할을 해야 할 텐데, 지금은 언론도 양쪽으로 갈려져 있다. 레비츠키 교수는 “정당은 아무리 상대 당 후보를 이길 가능성이 높더라도 극단주의자를 고위직 후보자로 공천하려는 유혹을 떨쳐내야 민주주의를 파멸시키는 극단주의자들을 고립시키고 억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치에서는 타협의 정치가 부족하고 강대강으로 맞부딪히는 소란 속에서 막말이 튄다. 불가에서는 말로 지은 죄(구업·口業), 행동으로 지은 죄(신업·身業), 마음으로 지은 죄(심업·心業) 중에서 구업이 가장 무겁다고 했다. 청소년들이 막말 정치인들로부터 무슨 말을 배울지 겁이 난다.

황교안 대표는 “국민이 듣기 거북하거나 국민의 마음에서 멀어지는 발언을 한다면 그것은 곧 말실수가 되고, 막말 논란으로 비화된다”(작년 6월 3일)고 막말 경계령을 내렸지만, 당원권 정지 같은 경징계가 아니라 총선에 출마하지 못하도록 원천 봉쇄해야 중도층 유권자들의 마음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오는 4월 총선에서 각 정당과 유권자들이 막말 정치인들의 의회 진출을 막아내야 한국의 민주주의를 극단주의로부터 구출할 수 있다.
 

지난 5일 대구 서구 중리동 대구광역시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선관위 직원들이 21대 국회의원선거(총선)가 100일 앞으로 다가온 것을 알리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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