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전자왕국 日, CES 점령도 '옛말'?…재도약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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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람 기자
입력 2020-01-08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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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나소닉 등 반도체·LCD 사업서 줄줄이 철수…과거보다 '위축'

  • 日기업, 4차산업서 부활 꿈꿔…소니 등 본업 뛰어넘으며 '심기일전'

한때 '전자 왕국'이라는 별명을 가질 정도로 독보적인 위치를 구축했던 일본의 아성은 완전히 무너진 것일까?  7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개막에서 일본은 이전보다는 훨씬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20년 전 CES를 장악하며 글로벌 시장을 쥐락펴락했던 일본이지만, 2020년 CES의 참가자 수가 순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한국정보통신기술산업협회(KICTA)에 따르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하는 'CES 2020' 참가자 수가 가장 많은 국가는 미국(1933곳)으로 나타났다. 중국(1368곳)에 이어 한국(390곳)은 3위를 차지했다. 일본은 이에 한참 못 미치는 73곳으로, 프랑스(279곳)에 밀리며 5위권에 머물렀다. 

다만 도요타, 소니 등 일본 경제를 대표하는 기업들은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재도약을 노리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미국·한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대패했던 경험을 밑거름 삼아 일본 경제와 기업이 새롭게 활력을 찾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파나소닉]

◆파나소닉 등 반도체·LCD 사업서 줄줄이 철수…과거 아성 어디로

한때 전세계를 쥐락펴락했던 일본의 전자산업은 최근 중국과 한국에 밀려 위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일본 전자업계에서 들리는 소식들은 이 같은 경향을 적나라하게 반영한다.

전자·전기 업체 '파나소닉'의 반도체 사업 철수 결정은 한때 세계 시장을 석권했던 일본 반도체 업계의 쇠락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파나소닉은 지난해 11월 반도체 사업에서의 철수를 선언했다. 모든 관련 지분을 대만 반도체 기업 '누보톤(신탕커지·新唐科技)에 넘기고 67년 만에 반도체 사업을 완전 포기하기로 했다. 

한국과 대만 반도체업체와의 경쟁에서 밀리면서 수익성이 악화되고, 미·중 무역전쟁의 영향으로 흑자 전환을 기대할 수 없게 되면서다.

앞서 NEC와 히타치제작소가 설립한 D램 반도체 업체 '엘피다메모리'는 2012년 파산했으며, 히타치와 미쓰비시, NEC가 힘을 합친 '르네스사일렉트로닉스'도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도시바'의 메모리 반도체 사업도 한·미·일연합에 넘어갔다.

LCD 산업도 무너졌다. 실적 부진을 겪던 일본 최대 LCD 업체 'JDI'(재팬디스플레이)는 지난해 4월 중국과 대만 기업 연합으로부터 800억엔(약 8640억원)가량의 구제금융 지원을 받아 그 산하로 편입됐다.

2016년 샤프가 대만 업체에 넘어가고, 한때 세계 최대 중소형 LCD 제조사로 이름을 날리던 JDI마저 중국계 자본에 넘어가게 된 상황이다. 최근 닛케이아시안리뷰는 JDI가 스마트폰용 패널 공장을 미국 애플과 대만 홍하이 샤프에 매각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여기에 파나소닉도 채산성이 나빠진 LCD 생산을 2021년까지 중단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구조조정을 본격화하고 있다. LCD 공장은 자동차용 전지 등의 거점 공장으로 바꿀 방침이다. 

1990년대 후반 전 세계 LCD 시장 점유율을 80%까지 차지하며 절대 강자로 군림했던 일본 전자업계이지만, 불과 20년 만에 독자적인 일본 LCD 회사는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일본은 지난해 전 세계 전자업계에서 전자산업 생산액이 한국에 순위를 뺏기며 4위에 머물렀다.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회장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가 발간한 '세계 전자산업 주요국 생산동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의 전자산업 생산액은 1194억 달러로 집계됐다.

최근 5년간 연평균 증가율은 -2.3%를 기록하며 '역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증가율은 9.0%에 달하면서 상위 20개국 가운데 베트남(11.7%)과 인도(10.9%)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 중국과 미국은 각각 2.9%와 1.0%였다.

글로벌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트에 따르면 1990년 일본의 세계 반도체시장 점유율은 49%에 달했으나, 지난해에는 7%까지 떨어졌다.

이처럼 일본의 전자산업이 한국과 중화권 국가에 밀리고 있으나, 일본 소비자 가전 업계의 대명사인 '소니'만큼은 약진을 거듭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소니의 지난해 3분기 반도체 사업 매출은 전분기보다 42%나 늘어난 26억8800만 달러(약 3조1396억원)로, 전 세계 반도체 업계에서 9위에 랭크됐다.

이는 2009년 4분기(8위) 이후 약 10년 만에 '톱10'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일본 업체로는 유일하다. 각각 2, 3위에 오른 삼성전자(137억4800만 달러)와 SK하이닉스(56억2100만 달러)의 매출과 비교하면 턱없이 적은 수준이지만, 전분기(15위)보다 6계단이나 뛰어올랐다.

 

[그래픽=아주경제]

◆日기업들 4차산업혁명 시대 맞아 부활할까…본업 뛰어넘으며 '심기일전'

올해 일본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무인차(자율주행차) 등 4차산업혁명 분야에서 전성기 부활을 노린다. 기존의 사업에 새로운 내용의 아이템을 융합시키는 등 요즘 트렌드에 발맞춰 사업 영역을 확장하면서 심기일전하는 모습이다.

도요다 아키오(豊田章男) '도요타' 사장은 지난 6일 'CES 2020' 개막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에서 일본 시즈오카현(靜岡縣)에 위치한 자동차 생산 공장과 주행도로를 허문 뒤 그 자리에 사물인터넷 실증도시인 '커넥티드 시티'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커넥티드 시티가 세워지는 곳은 시즈오카(靜岡)현 스소노(裾野)시에 있는 히가시후지(東富士) 공장 터다. 도요타자동차는 폐쇄 예정인 이 공장 터에 자사 직원과 다른 기업의 연구자 및 공모를 거쳐 뽑힌 주민 등 약 2000명을 살게 할 예정이다.

내년 중 착공될 이 도시의 도로는 그물망 형태로 정비되기 때문에 도로 명칭이 '우븐 시티'(Woven City)로 이미 정해졌다. 내년부터 착공에 들어갈 계획이다.

소니 역시 전혀 다른 분야의 새로운 아이템을 내놨다.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선 요시다 겐이치로(吉田憲一郞) 소니 사장이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된 전기차(EV) ‘VISION-S’를 공개했다. 소니가 자율주행차를 소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차량에는 소니의 이미징·센싱기술이 탑재됐으며 360도 오디오를 설치해 엔터테인먼트 기능도 강화했다. 차량에 탑재된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면 성능이 개선돼 차량을 진화시킬 수도 있다.

요시다 사장은 “이 차량은 모빌리티의 미래에 대한 소니의 모든 기술이 들어가 있지만, 퀄컴, 엔비디아, 보쉬, 콘티넨탈 등과 협업해 개발했다"고 소개했다.

이날 공개된 'VISION-S'는 4인승으로 30개 이상의 센서와 AI가 탑재됐다. 아직 완전 자율주행 단계는 아니지만, 올해 도로 실증을 통해 관련 기술을 진화시켜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요시다 사장은 “지금까지의 10년은 모바일이 기술 트렌드였지만, 앞으로의 10년은 모빌리티가 주인공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소니는 CES2019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8K TV의 업그레이드 버전을 올해 CES에서도 선보인다. 이외에도 스피커와 헤드폰과 같은 음향 기기, 차기 스마트폰 신제품, 플레이스테이션 차기작 등을 공개할 가능성도 있다.
 

도요다 아키오(豊田章男) 도요타자동차 사장이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가전 IT 전시회인 'CES 2020' 개막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사물인터넷 실증 도시인 '커넥티드 시티'를 건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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