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계가 시무식으로 새해를 연지가 며칠이 지났다. 올해 재계의 시무식은 내용과 형식이 달라지며 변화와 혁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신년회 풍경은 전체 사원들이 의례히 대강당에 모여 대표이사의 딱딱한 ‘훈화’를 듣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해가 바뀌며 격식과 틀을 벗어난 방식이 속속 등장했다. 공감·소통 등을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CJ그룹도 시무식대신 사내 방송으로 손경식 회장의 신년사를 내보냈다. SK그룹도 최태원 회장의 신년사없이 일반 시민과 고객·직원 등의 인터뷰와 특별 초청한 전문가들의 현장 발언, 신입사원 대담같은 파격적 방식의 신년회를 열었다.
GS그룹 새 수장에 오른 허태수 회장은 신년회를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는 ‘스탠딩 토크’ 방식으로 진행하면서 “불확실성의 시대에 디지털 역량과 글로벌 역량을 갖춘 인재를 많이 확보하고 육성해달라”며 ‘디지털 전환’을 역설했다.
정장에 넥타이 차림이던 정의선 부회장은 “신년회가 끝나고 바로 대한상공회의소 신년회에 참석해야 해서 정장 차림”이라며 “여러분은 여러분의 목적대로 (캐주얼 복장을) 입은 거고, 저는 제 목적대로 입은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부터 복장자율화를 시행, 캐주얼복장으로 일하고 있다.
모두 놀라운 변신이다. 커지는 불확실성 속에서 미래의 청사진을 그리고, 빠른 변화를 통해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면 사원들의 생각을 바꿔야 한다는 재계 최고경영자(CEO)의 현명한 발상의 전환이다.
스포츠계는 단합을 중요시해서 그런지, 대부분 종목이 선수단과 구단 임직원이 함께 모여 “새해 파이팅!”을 외친다. 프로 축구단은 해외전지훈련을 떠나기전 선수단-직원이 음료수로 건배를 하며 심기일전을 기원했다.
프로야구단은 지난해까지 10개팀 모두가 선수단-직원이 한자리에 모여 ‘포스트시즌 진출’을 다짐했으나 올해부터 LG 트윈스와 KT 위즈 두팀이 선수단을 제외하고 구단 임직원끼리 조촐하게 시무식을 가졌다. 매년 12~1월은 비활동기간으로 선수들이 휴식을 취하거나 개인훈련에 집중하고 있는데 시무식 참석으로 생활 리듬을 깨서는 안된다는 배려로 ‘작은 신년회’를 택한 것.
겨울 스포츠인 프로농구와 프로배구는 치열한 순위싸움을 벌이고 있어 시무식은 거의 생략하고 있다. 하지만 도전과 열정을 강조하는 재계 못지않게 강한 정신력으로 새해를 맞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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