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악화로 리스크 커지자…저축은행, 중기대출 비중 축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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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웅 기자
입력 2020-01-0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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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포용금융'의 일환으로 중소상공인을 포함한 중소기업 대출 확대를 주문하고 있지만, 저축은행은 여전히 고금리 신용대출 영업에 몰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 악화로 리스크가 커진 탓에 중기대출의 수익성이 떨어지자 '손쉬운 영업'에 치중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자산이 2조원 이상인 SBI·OK·한국투자·페퍼·웰컴·유진·JT친애·애큐온·OSB 등 상위 9개 저축은행의 지난해 3분기 경영공시를 분석한 결과 OK·애큐온저축은행을 제외한 7개사가 중기대출 취급 비중을 축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2개사는 중기대출 취급액까지 줄였다.

중기대출 비중을 가장 많이 축소한 곳은 업계 6위 유진저축은행이었다. 지난해 9월 말 현재 유진저축은행의 중기대출금 잔액은 804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9%(419억원) 줄었다. 같은 기간 총대출 대비 중기대출 비중은 42.0%에서 35.9%로 6.1%포인트 축소됐다.

반면 이자 마진을 많이 남길 수 있는 고금리 가계 신용대출은 공격적으로 취급했다. 이 회사의 가계자금대출금은 2018년 9월 말 9865억원에서 지난해 9월 말 1조2745억원으로 29.2% 급증했다. 가계대출 비중 역시 49.0%에서 56.9%로 7.9% 포인트 확대됐다.

업계 1위 SBI저축은행은 중기대출 취급액을 늘렸지만, 신용대출 영업에 치중한 결과 중기대출 비중이 크게 줄었다. 같은 기간 SBI저축은행의 중기대출금은 2조9348억원에서 3조1012억원으로 5.7% 증가했지만, 비중은 51.1%에서 45.5%로 5.6% 포인트 감소했다.

이에 반해 가계대출금은 2조4899억원에서 3조4349억원으로 38.0% 급증했으며, 가계대출 비중도 43.3%에서 50.4%로 7% 포인트 이상 뛰었다.

이 밖에 △페퍼(3.5% 포인트) △웰컴(3.5% 포인트) △한투(3.0% 포인트) △JT친애(1.7% 포인트) △OSB(1.4% 포인트) 등에서 중기대출 비중이 각각 축소됐다. 이 가운데 JT친애저축은행은 유진저축은행과 동일하게 중기대출 취급액 자체를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주요 저축은행들이 영업이 쉽지 않은 중기시장은 외면하고, 상대적으로 수월한 서민 대상의 고금리 대출을 늘려 이자 장사에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 저축은행이 취급하는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최대 연 20% 수준으로 최고금리(연 24.0%)에 가깝다. 이 덕에 이들 회사 7곳은 총자산을 1년 만에 21.1%(4조3597원) 늘릴 수 있었다. 전국 79개 저축은행 전체 총자산 증가폭(12.0%)의 2배 가까운 수치다.

중기 시장을 살리기 위해 금융당국이 금융권에 중기대출 확대를 유도하고 있지만, 저축은행업계가 포용금융 실천에 동참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거세다. 2018년 초 최고금리가 인하된 후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해 중기 시장에 진출하나 싶었지만, 경제 악화로 중기 리스크가 커지자 고금리 가계대출로 다시 눈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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