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진출 14개 건설사, 이란 보복공격에 긴장…"현장 상시 모니터링"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노경조 기자
입력 2020-01-08 20: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미국-이란 전쟁 시 중동지역 해외수주 타격 우려

한화건설이 이라크에서 수주한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현장 전경. [사진=한화건설]


이란의 미국 이라크 기지 보복 공습으로 두 나라의 관계가 악화되면서 현지 진출한 국내 건설사들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해외건설 수주 실적이 좀처럼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이란-미국 관계가 전쟁으로 이어질 경우 국내 건설업계의 텃밭인 중동지역 수주도 직격탄을 맞을 수 있어서다.

정부와 건설업계는 8일 이란의 미국 이라크 기지 공습과 관련해 현장 상황을 체크하는 등 비상이 걸렸다.

국토교통부와 외교부는 이란, 이라크 등지에 비상 연락망을 구축해 상시 모니터링 중이며, 우리 국민과 현장 직원들이 외출이나 출장 등을 자제하도록 당부했다.

또 우리 건설현장에 대한 경비도 강화했다. 이날 공습이 발발한 이라크에는 현재 현대건설, 한화건설, 대우건설 등 14개 건설사 현장에서 1381명의 근로자가 근무 중이다.

현대건설과 GS건설, SK건설 등이 공동 시공 중인 카르빌라 정유공장 현장에 660여명의 근로자가 상주하고 있고, 한화건설의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 현장에는 390여명이 일하고 있다.

다행히 이들 건설현장은 공습 지점과 떨어져 있어 현장 피해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건설사들은 현지 비상 대책반을 운영하면서 추가 공습 등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외교부 지침대로 임직원들의 출장 부임, 휴가 복귀 등 이라크 입국을 중단했고, 현장도 외부 이동을 제한하고 있다"며 "현재 이란의 타깃인 미국 대사관 및 미군부대와 공사 현장까지와는 다소 떨어져 있어서 직접적 위험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도 "건설현장과 공습 지역이 상당히 떨어져 있어 큰 문제는 없다"며 "사내 비상 대책반을 가동해 상황을 지켜보며 대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과 대치 중인 이란에는 현재 국내 건설현장이 없다.

건설사들은 2016년 이란 경제제재 해제 직후 2017년까지 대규모 공사들을 수주했으나, 트럼프 정부가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다시 시작하면서 대부분 공사 계약을 해지했다.

2017년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건설이 수주한 3조8000억원 규모의 이란 '사우스파12 2단계 확장공사', 대림산업이 따낸 2조2000억원 규모의 이란 이스파한 오일 정유회사(EORC)의 '이스파한 정유공장 개선 공사' 등이 본계약 체결 후 무산됐다.

다만 대림산업 등 일부 건설사들이 공사 미수금 회수와 추가 수주 등을 고려해 현지 지사를 운영 중이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이란 지사에 직원 1명이 파견돼 있는데 지난 겨울 귀국한 뒤 미국-이란 관계가 악화돼 다시 현지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건설사들은 이번 사태가 해외건설 수주에 악재로 작용할 것을 우렿고 있다.

해외건설협회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건설 수주액은 201억달러에 그칠 전망이다. 이는 13년 만의 최저치다.

이런 상황에서 중동발 악재가 터지면, 올해 해외 수주도 회복 불가능한 상황이 될 수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정부와 업계는 이라크의 정세가 안정되고 정부 재정이 증가하면서 국가 재건을 위한 공사 발주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해왔는데 이번 공습으로 이라크 사업까지 어렵게 되는 게 아닐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미국-이란 관계 변화에 따라 중동 전반이 위기에 처할 경우 해외건설 수주 시장의 '텃밭'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긴장하고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이란은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추가 수주가 중단된 상황이었지만 이라크,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지는 추가 수주가 예상되는 곳"이라며 "이번 사태가 다른 국가의 발주에 영향을 주지 않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