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공시가격 68%인데 빌딩은 46%…"집주인 돈 뺏어 건물주·법인만 배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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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연 기자
입력 2020-01-09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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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실련-정동영 의원실, 1000억원대 빌딩 102개 가격 전수조사…공시지가 시세반영률 46% 불과

  • "잘못된 공시가격으로 매년 1000억원 이상 재벌에 세금특혜."..지난 15년간 1조5000억원 누수

[이미지=경실련 제공]


최근 6년간 서울에서 거래된 1000억원 이상 빌딩의 과표 및 세액을 전수 조사한 결과 공시가격이 실거래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정의실천연합과 정동영 민주평화당 의원은 지난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서울에서 거래된 1000억원 이상 102건의 빌딩거래를 조사한 결과 거래가격은 29조3000억원(1건당 평균 2900억원)이며, 공시가격(땅값+건물값)은 13조7000억원으로 실거래가에 46%수준에 불과했다고 9일 밝혔다. 공시지가(땅값)는 공시가격보다 더 낮아 시세의 37% 수준에 그쳤다.

앞서 국토부는 공시지가 시세반영률이 평균 64.8%이며, 상업·업무용 토지의 경우 66.5%(2019년 기준)까지 높였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올해 공시지가 시세반영률을 67%로 끌어올리고, 장차 이를 70%까지 맞추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경실련의 이날 주장은 정부의 통계치 절반에도 못 미쳐 논란이 예상된다.

경실련 측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서울 아파트값은 30%넘게 상승했고 땅값도 폭등했는데, 정부는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불로소득 환수와 공시가 현실화 원칙을 지키지 않고 있다"면서 "턱없이 낮은 공시지가로 대기업과 건물주만 세금특혜를 누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실련 조사결과 지난해 거래된 빌딩 중 시세반영률이 가장 낮은 빌딩은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여의도파이낸스타워'로 나타났다. 이 빌딩의 거래금액은 2322억원으로 건물시가표준액 284억원, 토지시세 2038억원이다. 그러나 공시지가는 445억원으로, 시세반영률이 21.8%에 그쳤다. 

시가와 공시지가의 터무니 없는 격차로 지난해 보유세 특혜액이 가장 크게 발생한 빌딩은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 빌딩'으로 나타났다.

이 빌딩은 9883억원에 거래됐지만 공시가격은 4203억원(공시지가 3965억원, 건물시가표준액 658억원)에 불과해 시세반영률은 42.5%였다. 거래액에서 건물시가표준액을 제외한 토지시세를 기준으로 추정한 보유세는 64억원이다. 이는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한 보유세(24억원)과 40억원 차이가 난다. 이는 102개 빌딩 가운데 가장 큰 금액이라는 게 경실련의 설명이다.

전체 102개 빌딩의 공시지가 기준 보유세 총액은 584억원(실효세율 0.21%)으로 조사됐다. 경실련은 미국 등 선진국처럼 건물 시세대로 세금을 부과하면 보유세는 1682억원(실효세율 0.65%)으로 3배 가까이 증가한다고 주장했다. 경실련 관계자는 "보유세 특혜가 1098억원에 달해 2005년 공시가격 도입 이후 15년간 누적된 세금특혜만 1조5000억원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낮은 공시지가 뿐 아니라 낮은 세율도 빌딩 보유세 특혜의 원인이다. 아파트 등 개인에게 부과되는 보유세율의 최고 세율은 2.7%지만 법인에 부과되는 보유세율은 0.7%로 개인이 4배나 높다. 아울러 아파트 공시가격은 시세의 68% 수준이지만 빌딩의 공시가격은 46%에 불과하다.

김헌동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 본부장은 "현행 40% 수준인 공시지가 시세반영률을 80%까지 2배 인상해야 한다"면서 "공시지가, 공시가격 조사평가를 위해 투입되는 예산만 연간 1500억원인데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조작된 공시지로 재벌법인, 부동산부자들에 대한 막대한 세금특혜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구체적 개혁조치 없이 '투기와의 전쟁'을 선언하듯 발언하는 것 만으로는 부동산 투기를 근절할 수 없다"며 "검찰은 공시지가 조작의혹에 대해 철저하게 수사하고, 수치를 조작해온 개발관료, 감정원 등을 처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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