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6년간 서울 빌딩의 공시지가 시세반영률이 30%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가 발표하는 공시지가가 시세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 재산세·보유세 등 세금 부과의 형평성이 크게 떨어진다. 실제 아파트 실효세율이 고가 빌딩의 3배에 달해 중산층·서민이 빌딩 부자보다 그만큼 세금을 더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서울에서 이뤄진 1000억원 이상 102건의 빌딩거래를 조사한 결과, 거래가격은 총 29조3000억원(1건당 평균 2900억원), 공시가격(땅값+건물값)은 13조7000억원으로 실거래가에 46% 수준에 불과했다고 9일 밝혔다. 공시지가(땅값)는 공시가격보다 더 낮아 시세의 37% 수준에 그쳤다.
경실련 측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서울 아파트값은 30% 넘게 상승했고 땅값도 폭등했는데, 정부는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불로소득 환수와 공시가 현실화 원칙을 지키지 않고 있다"면서 "턱없이 낮은 공시지가로 대기업과 건물주만 세금특혜를 누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조사 대상 빌딩 공시지가의 시세반영률은 2014년(15건) 29%, 2015년(9건) 31%, 2016년(17건) 36%, 2017년(17건) 43%, 2018년(21건) 34%, 2019년(23건) 44% 수준이다. 같은 기간 공시가격 시세반영률은 2014년(15건) 43%, 2015년(9건) 42%, 2016년(17건) 45%, 2017년(17건) 51%, 2018년(21건) 41%, 2019년(23건) 52%로 조사됐다.
시세반영률이 가장 낮은 빌딩은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여의도파이낸스타워'로 나타났다. 이 빌딩의 거래금액은 2322억원으로 건물시가표준액 284억원, 토지시세 2038억원이다. 그러나 공시지가는 445억원으로, 시세반영률이 21.8%에 그쳤다.
정동영 대표는 "집 한 채를 가진 일반 서민이 무는 세금 기준은 실거래가의 70% 수준인데, 대기업이나 부동산 부자들이 보유하는 대형빌딩의 세금 기준은 그 절반밖에 안 된다"며 "조세 정의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사항인 만큼 국토부 장관이 나와 이 부분에 대한 의혹을 적극 밝혀야 한다"고 비판했다.
낮은 공시지가뿐 아니라 낮은 세율도 문제다. 경실련이 시세 1000억원 빌딩 소유주의 세금을 역산했더니 실효세율은 0.26%인 2억600만원(건축물 재산세 3900만원, 토지재산세 1억원, 토지 종부세 6700만원)으로 나타났다. 반면 시세 50억원짜리 아파트(3400만원), 100억원짜리 단독주택(7600만원)을 보유한 가구가 부담하는 세율은 각각 0.68%, 0.76%다. 아파트·단독주택 소유자의 세액이 빌딩 소유자보다 3배 이상 더 높다는 설명이다.
김헌동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 본부장은 "빌딩 보유세 특혜가 1098억원에 달해 2005년 공시가격 도입 이후 15년간 누적된 세금특혜만 1조5000억원으로 추정된다"며 "현행 40% 수준인 공시지가 시세반영률을 80%까지 2배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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