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MMCA·관장 윤범모)은 9일 서울관에서 언론간담회를 열고 2020년 전시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 개관 50주년과 과천·서울·덕수궁·청주 4관 체제원년을 기념해 다양한 전시와 국제 심포지엄, 교육 문화 프로그램을 통해 274만 관객들을 모은 국립현대미술관은 2020년 ‘더 새로운 도약의 50년’을 기약했다. 4개관에서 21개 전시가 열린다.
오는 7월 서울관서 5일간 열릴 예정인 퍼포먼스 작품 해와 바다(마리나)가 가장 눈에 띈다.
윤범모 관장은 “올해에 가장 기대되는 전시 중 하나다. 어렵게 유치했다”고 소개했다.
한국 비디오아트 선구자인 백남준(1932년~2006년)의 비디오 아트 작품 ‘다다익선’ 보존 처리도 올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다다익선은 2018년 2월 과천관에서 기기 노후화와 누전 위험으로 작동이 멈췄다. 복원을 위해 국회를 통해 예산 15억원을 확보했다. 3년 안에 작업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더불어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백남준 관련 기록물 등을 선보이는 아카이브 전시도 추진 중이다. 유족인 백남준 조카 백건씨와 저작권 문제 등이 남아있다.
윤 관장은 “소장품을 중심으로 전시를 추진 중이다. 궁극적으로 저작권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절망적이지는 않다. 진정성을 가지고 해결하려고 노력하겠다”며 “절차가 마무리 되면 세계에서 가장 큰 아카이브 전시를 열 수 있을 것이다. 백남준 선생님의 예술을 재조명하는 중요한 시간이 될 것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외에도 2020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다양한 전시가 열린다. 서울관에서는 오는 6월부터 9월까지 기획전 ‘낯선 전쟁’(가제)전이 관객들을 만난다.
낯선 전쟁전은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을 맞이하여, 한국전쟁을 둘러싼 다양한 목소리와 인간 군상을 살펴보고 전쟁의 속성을 다양한 관점에서 이해하기 위해 마련됐다.
한국전쟁 당시 제3국을 선택한 전쟁 포로, 이역만리 타국에서 세상을 떠난 해외 참전군인, 파괴된 자연, 여성군인, 해외로 입양된 전쟁 고아 등 전쟁이라는 부조리한 상황에 처했던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여성학, 역사학, 공연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과 함께 발굴한다. 문경원, 전준호, 박경근 작가뿐만 아니라 슈 자웨이(대만) 작가, 슈토 델랏(러시아) 등 해외 작가들도 참가한다.
윤 관장은 “미술의 반대말이 전쟁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며 “예술가는 전쟁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등에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다시는 이 땅에 전쟁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소망도 담겨 있다”고 의의를 짚었다.
거장들 작품도 관객들을 기다린다. ‘파이프’를 연상시키는 독자적인 조형세계를 구축한 이승조(1941년~1990년) 회고전이 오는 6월 과천관에서 개최된다.
탄생 100주년을 맞이한 한국화단을 대표하는 여성화가 박래현(1920년~1976년)을 재조명하는 전시가 오는 7월부터 덕수궁관에서 열리며 오는 10월에는 서울관에서 한국 실험미술을 대표하며 선구적 역할을 한 이승택(1932~) 회고전을 볼 수 있다.
특색 있는 전시도 준비됐다. 가상현실(VR), 5G 통신, 인공지능, 몰입형 미디어(Immersive Media) 등 최첨단 기술과 예술이 결합된 ‘MMCA 융복합 프로젝트 2020’전이 오는 10월 서울관에서 열리고, 덕수궁관에서는 오는 11월부터 한국 근대미술의 흐름 속에서 문학과 미술의 관계를 조명하는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전을 개최한다. 개별 화가와 문학가의 긴밀한 관계 등을 조명한다.
오는 5월 서울관에서 열리는 ‘모두를 위한 미술관, 개를 위한 미술관’전도 흥미롭다. 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개와 함께 미술관을 즐길 수 있다. 한국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서울관 상설전 2020+’는 오는 4월부터 관객들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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