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추워지면 야외활동과 운동량이 줄고 그만큼 관절이 경직되면서 쉽게 골절 위험에 노출된다.
특히 겨울철에는 노인성 고관절 골절이 많이 발생하는데, 고관절이 부러지면 치료가 힘들고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지는 만큼 예방이 최선이다.
특히 비나 눈이 내린 뒤 길 위에 남아 있던 습기가 햇볕에 채 마르기 전에 얼어붙어 생긴 이른바 ‘블랙아이스’는 낙상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정형외과 전상현 교수의 도움말로 노인성 고관절 골절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예방해야 하는지 알아본다.
고관절은 엉덩이 관절 부위를 말한다. 오른쪽과 왼쪽에 각각 하나씩 있는데, 골반과 넙다리뼈를 연결해 체중을 지탱하고 걷기와 달리기 같은 다리 운동을 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고관절은 크고 단단한 뼈로 구성돼 있어 건강한 젊은 성인의 경우 골절의 위험이 다른 부위보다 상대적으로 낮다. 하지만 고령, 골다공증 등의 이유로 뼈건강이 악화된 상태에서는 골절의 발생 빈도가 상대적으로 더 높아진다. 노인성 고관절 골절의 주요 원인은 급성 외상이다. 넘어질 때 고관절 주변을 부딪치면서 골절이 발생하는 것이다.
노인성 고관절 골절은 연중 꾸준히 발생하지만 겨울철에 좀 더 발생빈도가 높다. 다른 계절에 비해 잘 넘어질 수 있는 환경, 즉 빙판길이 많이 생기고 일조량이 적어 비타민 D 합성이 적을 뿐 아니라 추운 날씨에서 오는 근육 강직으로 균형 감각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고관절이 골절되면 사타구니와 골반 옆에 통증이 생겨 걷기가 어려워진다. 낙상은 빙판길뿐 아니라 실내에서도 일어난다. 물기가 많은 욕실 또는 침대에서 떨어지거나 계단에서 발을 헛딛는 등 일상생활 속에서도 쉽게 발생한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정형외과 전상현 교수는 “고관절 골절이 발생하게 되면 심한 통증과 함께 다친 다리가 바깥쪽으로 돌아가거나 골절된 다리가 반대쪽 다리에 비해 짧아지기도 한다. 심한 통증으로 인한 관절의 운동 제한으로 장기간 침상 생활을 할 수도 있다”며 “특히 폐렴이나 각종 순환기 질환, 욕창 등의 2차 합병증이 함께 발생하면서 건강이 급격히 악화되기 쉽다. 최대한 빨리 치료를 받고 재활 치료를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치료 시 석고 고정 힘들어… 수술적 치료 필요
노인성 고관절 골절이 발생해 병원을 찾게 되면 X선 촬영과 CT(컴퓨터단층촬영)를 시행한다. 대다수 노인성 고관절 골절은 단순 X선 사진으로 진단할 수 있지만, CT를 통해 골절의 양상을 더 자세히 파악할 수 있다.
더욱 정밀한 검사가 필요할 때는 MRI(자기공명영상)를 추가로 촬영한다.
치료는 골절 위치와 형태, 나이, 부상 전 활동 정도, 골다공증 유무 등을 고려해 결정한다. 대부분의 고관절 골절은 다른 부위처럼 석고 고정을 할 수 없고, 장기적인 침상 생활로 2차 합병증이 나타날 우려가 높아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골절 부위의 치유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부러진 부위를 맞추고 고정하는 내고정술을 시행한다.
만일 골절 부위의 치유를 기대할 수 없는 경우에는 ‘인공관절치환술’을 시행한다. 부러지거나 이상이 있는 고관절 일부분을 제거하고 인체공학적으로 제작된 기구를 삽입해 관절의 운동 기능을 회복시키고 통증을 완화한다.
▶골밀도 높이는 음식 먹고 운동해야 ‘예방’
노인성 고관절 골절은 수술을 하더라도 예후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한 번 골절이 발생하면 이후 재골절 위험이 3배 이상 증가할 뿐만 아니라 수술 전 상태로 회복될 확률은 50~70%에 불과하다. 고령이거나 골다공증, 당뇨로 뼈가 약해진 환자는 심하면 수술 후 1년 이내에 사망할 수도 있다.
실제로 노인성 고관절 골절 후 1년 이내에 사망한 확률은 24%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골다공증과 같은 기저 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은 일상생활 중 넘어지거나 부딪히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골다공증을 예방하고 치료하려면 평소 골밀도를 높이는 음식을 섭취하고, 꾸준하고 규칙적인 근력 강화 운동을 해야 한다. 뼈를 튼튼히 하려면 칼슘이 많이 함유된 우유, 플레인 요구르트, 콩, 두부, 김, 다시마, 멸치, 건새우 등을 고루 섭취한다. 반면 뼈에서 칼슘이 빠져나가게 하는 커피, 담배, 술은 줄이고 편식을 삼간다.
전상현 교수는 “영양 섭취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운동이다. 운동은 체내 칼슘의 흡수 능력을 높일 뿐 아니라 골밀도를 유지하도록 돕는다”면서도 “너무 무리한 운동은 오히려 신체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만큼 산보 등 가벼운 운동을 꾸준히 규칙적으로 해 뼈건강과 근력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