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촬영' 김성준 전 앵커 징역 6월 구형…"순수한 영혼에 저지른 잘못 진심으로 반성"

변호인 "피고인도 인간인지라 힘겹게 지켜온 정신력이 잠시 무너진 것 같다"

지하철에서 모르는 여성을 여러 차례 불법촬영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성준 전 SBS 앵커에게 검찰이 징역 6월을 구형했다. 김 전 앵커는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며 "참회하고 봉사하는 삶을 살겠다"고 말했다.

10일 오전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13단독 박강민 부장판사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로 기소된 김성준 전 앵커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검찰은 "피고인이 특정된 피해자와 합의했지만 수법과 범행 횟수, 내용 등을 고려해 징역 6월 및 증제 몰수, 신상정보 공개,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인 복지시설 취업제한 명령 3년 등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김 전 앵커 측 변호인은 "피고인이 공인으로서 타의 모범이 되어야 했는데 절대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을 했다"며 "피고인과 인척 관계로 오래 지켜본 바, 언제나 존경의 대상이 됐던 피고인이라 (사건을 듣고) 제 귀를 의심했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도 인간인지라 힘겹게 지켜온 정신력 등이 잠시 무너진 것 같다"며 "여러 가지 사유 등이 원인이 돼 일탈 행위를 했다는 전문의의 진단도 받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피해자와 원만한 합의를 했고 지금 치료에 전념하고 있으며 전문의도 재범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한 점 등을 참작해 법의 허용한도 내에서 최대한 관대한 처벌을 해달라"고 간청했다.

김 전 앵커는 이날 안경을 쓰고 흰 셔츠에 타이, 정장 차림으로 출석해 공판 시작 한 시간 전부터 법정에 들어와 무덤덤한 표정으로 방청석에 앉아있었다.

그는 재판부에 "피해자가 쓴 탄원서를 직접 읽어봤는데 가슴에 비수를 찌르듯 참담한 심정이었다"며 "순수한 마음을 가진 분에게 제가 저지른 죄가 막중해 진심으로 반성하며 사과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정을 나선 김 전 앵커에게 취재진이 '불법촬영에 대해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클로징 멘트를 한 적이 있는데 여전히 그렇게 생각하는지' 묻자 "그때의 생각에 변함이 없다"며 "재판 결과를 그대로 존중하고 감수하겠다. 선처를 바란다는 말씀을 일부러 안 드린 것도 똑같은 이유"라고 답했다.

한편 김 전 앵커는 비공개 재판을 원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재판부는 "피고인 측이 비공개 재판을 원했는데 비공개 재판은 요건이 안 돼서 증거조사를 진행하면서 요건이 (충족)되면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전 앵커는 지난해 7월 3일 오후 11시 55분께 서울 영등포구청역에서 여성의 하체를 몰래 촬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당시 범행을 부인했으나 그의 휴대전화에선 몰래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여성의 사진이 여러 장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김 전 앵커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은 경찰이 디지털포렌식을 진행한 결과 그가 불법촬영한 사진이 추가로 발견된 것으로 파악됐다.

김 전 앵커는 경찰에 입건된 사실이 보도된 후 회사를 사직했다. 그가 진행하던 라디오 프로그램 또한 폐지됐다.

김 전 앵커에 대한 선고 공판은 이달 17일 오후 2시에 열릴 예정이다.

 

김성준 전 SBS 앵커[사진=류선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