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영 칼럼] 시진핑 방한의 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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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영 한국외대교수/국제지역연구센터장
입력 2020-01-12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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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영 교수]


사드 배치 이후 갈등을 겪어온 한·중 관계 개선에 결정적 전기가 될 수 있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올 상반기 방한이 확정적이라고 한다. 만일 성사된다면 2014년 7월 한국을 방문한 이후 6년 만이다. 시 주석의 방한이 중요한 것은 사드 배치로 경색된 양국의 갈등 해소에 시금석으로 작용해 경색 관계 복원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당연히 시 주석의 방한이 이루어진다면 사드 문제에 대한 최소한의 용인 및 소위 ‘비공식적’인 한류 금지령, 즉 한한령(限韓令)을 풀 수 있는 적극적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시 주석의 방한을 위해 한국 정부는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중국은 여전히 공식적인 방한 발표를 하지 않고 있지만 실무협의가 진행 중이라니 기대해 볼 만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중국에게는 특수한 의미인 ‘운명공동체’라는 용어까지 사용하면서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에 적극 참여 의사를 밝히고 시 주석을 초청했다. 문제는 시 주석의 방한이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니라는 데 있다. 한국과 중국의 국제정세 인식과 서로에게 필요로 한 부분이 다르기 때문이다.

우선, 현 시점에서 한·중 양국의 입장이 조금 다르다. 한국은 우리의 최대 당면 과제인 북핵 문제와 북핵 협상에 있어서의 중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요구하면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행에 건설적 역할 주문에 주안점을 둔다. 그러나 중국은 한·중이 공동으로 해야 할 일이 많다면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나 소위 ‘일방주의’ 비판에 한국이 자유무역질서 구성원의 일원으로 중국의 입장에 동조해 줄 것을 일차적으로 강조한다. 이러한 양국의 관점은 지난해 12월 말에 열린 베이징 한·중 정상회담의 발표문에서 한국은 북핵 문제를 발표문의 최상위에 놓았으나 중국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배격을 가장 앞에 배치한 데서도 잘 나타난다. 지금 중국에게 중요한 것은 미·중 관계이며 북핵 문제는 중국의 최우선 순위가 아니기 때문이다.

둘째,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제) 문제는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1992년 수교 이후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순항하던 양국 관계는 사드 배치라는 암초를 만났고 중국은 한한령으로 응수했다. 2017년 10월 31일, 한국은 사드의 추가 배치는 없으며, 미국의 미사일 방어 체제(MD) 불편입 그리고 한·미·일 군사동맹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소위 ‘3불(不) 정책’을 약속했고, 양국은 사드 합의에 도달했다. 그럼에도 중국은 여전히 기회가 있을 때마다 ‘사드 문제의 적절한 처리’를 언급한다. 특히 작년 7월 24일 발간한 중국 국방백서(國防白書)는 ‘미군이 한국에 사드를 배치한 것은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전략 균형과 안보 이익을 크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기술해 철수만이 유일 해결책이라는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음을 계속 강조한다. 사드에 대한 강조는 사드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는데 새로운 한·미 군사 협력은 불가하다는 메시지다.

셋째, 이와 관련해 시 주석의 방한에는 적어도 이와 맞바꿀 만한 반대급부가 있어야 할지도 모른다. 사드와 관련해서는 중국이 한국의 3불 정책 제시에 대해 제안한 사드 운용에 대한 한 가지 제한(1限), 즉 사드 레이더 방향 문제나 사드 기지에 대한 현지 조사 요구도 있을 수 있다. 미군 기지의 미군 무기 조사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또 미국과 러시아 간의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이 중국이 가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파기되었고, 한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 동맹국에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할 수 있다는 미국의 요구에 대한 한국 측의 답변을 들으려 할 것이다. 이의 연장선상에서 중국이 추구하는 일대일로 정책의 대척점에 있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Indo·Pacific Strategy)에 한국이 참여하지 말라는 메시지도 분명히 할 가능성도 있다.

물론 중국 입장에서도 시 주석이 한국을 방문해야 하는 확실한 이유가 있다. 한반도 남북한 동시 수교국으로서 한국 방문을 통해 영향력을 유지하면서 '미국 견제'라는 전략적 의도를 달성하는 데 좋은 시점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북·미 핵 협상이 난항을 겪는 상황에서 미국의 과도한 방위비 증액 요구 등에 시달리고 있고, 일본과는 지소미아를 둘러싼 홍역을 앓고 있다. 여기에 남북 대화마저 여의치 않은 상황은 한·미·일 삼각 안보 협력 구조의 가장 약한 고리인 한국 공략에 적기이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로도 미국과의 무역·기술 분쟁으로 기업들이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자본의 대중 투자 유인의 기회도 될 수 있다. 안보적으로도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견제하는 차원에서 한국을 끌어안아 한국이 더 이상의 대미 경사를 하지 않도록 하는, 한국의 ‘중립화’를 추구한다. 중국이 대일 관계개선에 적극적이거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한·중·일 자유무역협정 추진을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 2년간 북한의 비핵화 추진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가운데 북한에게 우리만의 선의(善意)를 계속 보내는 것도 피해야 하지만, 중국과의 관계 강화가 미국에게 한·미 동맹을 저해하는 부정적 메시지로 비쳐서는 안 될 일이다. 또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의 역할에 대해 과도한 기대를 갖는 것도 금물이다. 중국에게 북핵 문제와 북한 문제는 다른 개념이며, 한반도의 안정이 우선이다. 국가 간 이익은 분명히 다르지만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에 대한 전략적 분석과 판단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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