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 회장이 경영복귀 후 처음으로 지난해 1월 찾은 현장은 롯데백화점 인천터미널이었다. 그의 옆에는 강희태 당시 롯데백화점 대표가 있었다.
지난해 11월 14일 롯데백화점이 국내 최초로 유치한 영국의 프리미엄 리빙 편집샵 ‘더콘란샵’ 오픈식에도 신 회장은 참석했다. 이날 매장을 둘러보는 신 회장 옆에는 어김없이 강 대표가 동행했다.
신 회장이 유통부문 이슈를 챙길 때면 강 대표는 언제나 그림자처럼 함께 한다. 이런 신 회장의 강 대표에 대한 신임은 2020년도 롯데 정기 임원 인사에서 올곧이 드러났다.
강희태 롯데백화점 대표가 롯데그룹 유통BU(사업부문)장에 오른 것. 직급도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주목할 점은 신 회장이 강 대표에게 사실상 유통사업 부문에 대한 전권을 줬다는 점이다.
롯데쇼핑은 이번 인사와 동시에 백화점·마트·슈퍼·롭스·이커머스 등 5개 독립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되던 사업본부를 롯데쇼핑 단독 대표체제 통합법인으로 재편했다. 이에 기존 독립 대표는 사업부장이 된 반면, 강희태 BU장은 롯데쇼핑 대표이사를 겸하게 됐다.
이로써 강 BU장은 각 사업부의 인사권과 예산권까지 장악하면서, 기존 유통BU장보다 강화된 권한을 갖게 됐다. 32년간 롯데백화점에 몸 담으며 본점장, 상품본부장 등 현장 중심 요직을 두루 거쳤고 2017년부터 롯데백화점을 이끈 성과를 제대로 인정받은 것이다. 롯데 안팎에서는 강 BU장이 실질적인 ‘롯데 유통부문 원톱’이 됐다는 평가다.
권한이 커진 만큼, 강 BU장의 책임은 막중하다. 일단 실적 개선이 최대 관건이다. 롯데쇼핑의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은 56%나 감소하며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그나마 롯데백화점은 당시 강 대표의 혜안으로 명품 개편과 체험형 서비스로,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6.8%가 성장하며 나름 선방했다. 그럼에도 나머지 부문의 미래 성장 동력은 불투명한 상황.
이에 가장 시급한 과제는 이커머스 강화다. 강 BU장은 롯데의 완전히 새로운 통합 모바일앱 ‘롯데ON’ 프로젝트를 통해 부진한 실적 개선에 집중할 방침이다.
롯데의 온라인사업을 전담하는 이커머스사업부가 롯데쇼핑에 소속돼 있는 만큼, 강희태 BU장은 국내 최대 규모인 롯데 고객회원 수와 오프라인 매장 1만200여곳, 자체 물류회사(롯데글로벌로지스) 등과확실한 시너지를 내겠다는 각오다. 궁극적으로 신 회장이 항상 강조해온 ‘옴니채널형 이커머스’ 구현을 목표로 삼고 있다.
강 BU장은 말단 사원과도 격의 없이 ‘소통하는 CEO’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 임원 뿐만 아니라 신입사원과도 메신저나 e메일로 소통하는 것을 즐긴다. 2017년 롯데백화점 대표이사로서 출근 첫날, 그의 딸로부터 “제발 회사에선 웃고 다니라”는 당부를 들은 이후 “소통의 출발은 언제나 웃는 낯이니, 언제나 직원들과 웃으며 만나겠다”는 포부를 임직원들에게 전하기도 했다.
서울 중앙고, 경희대 영문학과를 졸업한 강 BU장은 1987년 롯데백화점에 입사해 본점장과 상품본부장, 중국사업부문장을 맡아 글로벌 사업도 이끌었다. 7남매 중 막내이며, 슬하에 딸이 한 명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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