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고해진 北 ‘통미봉남’vs입지 좁아진 文중재역…남북협력 ‘먹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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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입력 2020-01-13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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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새해 첫 담화서 "南 북미 사이 끼어들지 말고 자중하라"

  • 금강산 문제 의견차 여전, 개성 연락사무소 소장 회의 '無'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협력’ 중재자 구상을 노골적으로 비난하면서 ‘평화경제’로 남북 관계 회복을 위한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이 시작 전부터 난관에 부딪힐 전망이다.

특히 북측과의 대화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운영 재개는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관측된다.

문 대통령과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각각 신년사를 통해 남북 간 경제협력으로 북미 비핵화 협상의 교착 국면을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북한은 정부의 구상이 본격적으로 실행되기도 전부터 남측을 향해 ‘자중하라’며 ‘봉남(封南)’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지난 10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2박 3일 간의 미국 방문을 마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생일 축하) 메시지를 문재인 대통령께서 김 위원장에게 꼭 좀 전달해 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바로 다음 날인 11일 김계관 북한 외무성 고문은 트럼프 대통령의 생일친서를 직접 전달받았다고 반박하며 북미 대화의 ‘촉진자’ 역할을 강조한 한국 정부를 향해 조롱의 문구가 담긴 담화를 발표했다.

김 고문은 남측을 향해 “본전도 못 챙기는 바보 신세가 되지 않으려거든 자중하고 있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북·미 사이에) 남조선이 중뿔나게 끼어드는 것은 좀 주제넘은 일”이라고 조롱했다.

북한의 노골적인 비난에 통일부는 “따로 언급할 내용이 없다”며 “서로 지켜야 할 것은 지켜나가는 노력을 하자”고 북측에 선을 지킬 것을 요구했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13일 정례브리핑에서 “하노이 (북·미 정상) 회담 이후 남북 당국 간 대화가 진행되고 있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것을 통미봉남(通美封南)이라고, 선미후남(先美後南)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말씀드릴 사항이 아니다”라고 말을 아꼈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오른쪽 세번째)이 지난해 11월 13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촉구 결의안 공동발의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면서 북측의 금강산 관광지구 남측 시설 철거 요구에 대해선 관계부처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남북 간 협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기본 입장차가 여전히 크다”는 기존 입장만 되풀이했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지만, 지난해 연말 북측이 보내온 통지문에 아직까지 회신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일 통일부 당국자도 “입장차가 계속 유지되고 있다”는 말을 강조하며 “협의 진전이 없다”고 전했다. 양측 간 팽팽한 의견 차이가 소통 중단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개성공단도 비슷한 상황인 듯하다. 

통일부 당국자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운영되고 있나’는 질문에 “연락대표 간 접촉은 유지되고 있다. (연락사무소) 기능은 정상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실질적인 협의 그런 것들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남북 소장회의가 오랫동안 열리지 않는 것도 현재의 남북 관계를 여과 없이 보여준다. 지난해 2월 말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남북 소장회의는 장기간 열리지 않고 있다. 지난 10일에도 서호 통일부 차관(남측 소장)은 부내에서 업무를 봤고, 소장 회의는 개최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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