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비로 명품백 사다 걸리면 형사 처벌…‘유치원3법’ 통과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윤상민 기자
입력 2020-01-14 11:3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에듀파인 도입 의무화…회계 비리 드러나면 형사 처벌

  • 유치원 설립자격 법제화…법인 이사장의 원장 겸직 금지

앞으로 유치원 원장이 유치원비를 유용해 명품백을 사는 등 회계 비리가 드러나면 형사 처벌된다. 국가관리회계 시스템(에듀파인) 도입도 법적으로 의무화된다. 방만하게 운영되던 사립유치원을 교육 당국이 관리·감독하면서 투명성과 공공성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14일 교육부에 따르면 사립학교법, 유아교육법, 학교급식법 등 이른바 ‘유치원3법’ 개정안이 지난 1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 사립학교법은 사립유치원 교비회계 재산과 수입을 사적인 용도로 사용하는 행위를 사학법 위반으로 간주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기존에는 유치원 회계비리가 적발돼도 마땅한 처벌 근거가 없어 교육 당국이 정원 감축 등 행정 처분만 내릴 수 있었다.
 

[표=교육부]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8년 국정감사에서 사립유치원 측이 유치원비로 명품백이나 성인용품 등을 구매한 행태를 폭로했고, 이는 학부모들이 유치원3법을 지지하는 데 큰 영향을 줬다.

개정 유아교육법은 모든 유치원이 국가관리회계 시스템인 에듀파인을 사용하도록 법으로 강제한다.

유치원을 설립하고 경영하는 자격도 법제화된다. 기존에는 별다른 자격 규정이 없어 누구나 유치원을 설립하고 운영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과거 유치원 부실 운영으로 폐쇄 명령을 받았던 자, 마약중독자, 정신질환자, 금고 이상의 형사 처벌을 확정 판결 받은 자 등은 유치원을 경영할 수 없다. 법인으로 운영되는 유치원은 법인 이사장의 원장 겸직도 금지한다.

또 유치원이 보조금 반환 명령, 시정명령 등 행정처분을 받으면 교육청에 관련 정보가 공표된다. 학부모와 교원 대표로 구성된 유치원운영위원회가 아동학대 예방에 대해 심의나 자문을 한다.

개정 학교급식법은 유치원 급식을 학교 급식 관리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으로, 초·중·고등학교와 동일한 수준의 시설·위생 기준을 적용한다. 급식을 외부에 위탁하려면 유치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

최대 사립유치원 단체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는 박 의원이 유치원3법을 발의하자 “사유재산에 대한 권리를 침해하는 사회주의적 발상”이라며 대규모 도심 집회를 열고 개학 연기 투쟁을 벌였다. 교육 당국이 법인 설립 취소로 대응하면서 한유총의 개학 연기 투쟁은 하루 만에 해프닝으로 종료됐다.

유치원3법 통과 후 한유총은 “(유치원3법이) 사립유치원 현실과 맞지 않아 좋지 않은 법이라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국회에서 법이 통과된 만큼 이를 수용하고 시행에 협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보공개청구·행정소송 등을 통해 비리 유치원 명단을 공개한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의 장하나 활동가는 “사립유치원도 개인 사업자가 아니라 국가의 공공 영역을 담당하는 교육기관으로서의 책무를 받아들이는 계기”라고 환영했다.

국회를 통과한 유치원3법은 2018년 12월 27일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에 올랐던 임재훈 바른미래당 의원의 중재안에 대한 수정안이다. 자유한국당은 “사립유치원의 사유재산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반대했지만 지난해 11월 29일 국회 본회의에 자동상정됐다.

학부모들은 유치원3법의 2019년 통과를 끝까지 기다렸지만 자유한국당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신청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등에도 밀렸다. 결국 유치원3법은 해를 넘겨 표결에 부쳐졌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