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배달 앱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이 독일계 딜리버리히어로(DH)에 매각된 후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배달 수수료 인상에 대한 우려와 배민-민주노총 간 (勞使) 갈등, 배달기사 부족 등 여러 문제가 동시다발적으로 분출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배민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12월 13일 4조7500억원에 배민의 지분 87%를 DH에 매각했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배달 앱 시장점유율은 배달의민족이 55.7%로 1위다. 이어 요기요 33.5%, 배달통 10.8%다. 요기요와 배달통을 보유한 DH가 배달의민족까지 인수한다면 사실상 점유율 100%를 차지하는 셈이다.
◆영세 자영업자 '수수료 인상' 우려..배달기사들 '업무량' 사측과 충돌
우아한형제들과 DH의 인수합병(M&A) 발표 이후 배달앱에 의존하는 프랜차이즈 점주, 영세 자영업자들은 반대의 목소리를 꾸준히 내고 있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소상공인연합회 신년하례식에서 배민 독과점 논란 및 수수료 인상 우려를 거듭 표출했다. 그는 “유니콘기업 한 개가 만들어지면서 수많은 소상공인이 희생하는 안 좋은 결과가 나타났다”고 비판했다.
이재광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공동의장도 “자영업자들은 배달앱으로 유통과정이 한 단계 추가돼 수수료·광고료 부담에 고통 받고 있다”며 “이 상황에서 1개 기업이 독점하게 된다면 각종 수수료 횡포가 더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배민과 민주노총 사이 갈등도 있다. 우아한형제들 사측은 지난 10일 배민 라이더스(riders·배달을 전업으로 하는 자영업자)는 주 60시간 이상 업무를 금지하고, 배민 커넥터(connector·아르바이트 개념으로 배달일을 하는 대학생·일반인)는 주 20시간 이하로 제한했다. 과로 예방 차원의 새로운 업무 원칙을 발표한 것이다.
그러자 같은 날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배민라이더스지회는 입장문을 내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오랜 기간 일할 수밖에 없는 배달원 현실을 고려하지 못했다”며 “시간제한은 수용할 수 없다”고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배달원이 60시간 이상 일해야 생계비라도 벌 수 있다는 주장이다.
◆독과점 논란에 'B마트' 띄우기...배달기사 부족 우려도
배민과 요기요의 합병으로 사실상 시장이 독과점 된다는 우려에 우아한형제들은 최근 생활용품 배송 전문 서비스 'B마트' 띄우기에 나섰다. B마트는 1인·맞벌이 가구를 겨냥한 서비스다. 간편식·생활용품 등 5000원 이상만 주문하면 1시간 이내 즉시 배송된다. 그동안 음식 배달에 초점을 맞췄던 배민이 이제는 편의점, 대형마트 등 유통기업의 영역까지 나선 것이다.
문제는 ‘초소량 번쩍배달’을 앞세운 B마트가 사업 시작부터 배달기사 부족 문제에 봉착했다는 점이다. B마트는 서울 15곳에 물류센터를 두고 직매입 상품을 보관한 뒤, 앱에서 주문이 들어오면 바로 배송하는 시스템이다. 회사 측은 기존 대형마트와 같이 배송트럭이 아닌 이륜차로 배달, 30분~1시간 이내 빠른 배송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필요한 배달기사 인력이 주문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작년 12월 말 B마트 전담 배달기사 모집 공고로 채용된 인력은 B마트 전체 주문 건수 중 10%만 처리하는 정도다.
B마트가 커질수록, 본업인 배민의 음식점 배달이 삐걱거릴 가능성도 크다. 라이더 입장에서는 음식점 앞에서 대기하는 시간이 길고 쏟아질 우려가 큰 음식점 배달보다는 간단한 생필품 배송을 선호하게 된다. 때문에 B마트 배송 주문건수가 많아지면 일반 음식점주가 체감하는 배달기사 부족 현상은 심화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B마트 전담 배달 기사는 B마트만 전담하지 않고 음식점 등 다른 배달도 함께한다”며 “B마트 운영으로 일반 음식 배달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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