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지렛대로 북·미 관계를 견인하라.” 정부가 한반도 비핵화의 돌파구로 ‘남북 관계 속도전’을 사실상 공식화했다. 이른바 ‘어게인 평창’을 염두에 둔 포석이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북한의 참여로 그해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한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됐다.
하지만 북한의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과 미국의 대북제재 등으로 문 대통령의 ‘남북→북·미→남·북·미’ 선순환 구상이 순항할지는 미지수다.
변수는 ‘중국 역할론’이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에 예정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과 7월에 열리는 도쿄하계올림픽을 계기로 김 위원장의 한국 답방 분위기를 조성할 것으로 보인다.
◆文정부 ‘남북협력’ 구상 공식화…北 반응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14일(현지시간) 미국에서 한·미, 한·미·일, 한·일 연쇄 외교장관 회담 이후 “특정 시점에 따라 북·미가 먼저 나갈 수도 있고, 또 남북이 먼저 나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남북 간 협력을 적극화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상숙 외교안보연구소 연구교수는 15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올해 북·미 관계가 앞서 나가기 어려우니, 남북 관계를 중단시키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진전시킬 수 있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문제는 북한이 문 대통령의 제안에 응답하느냐는 것이다. 지난해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은 우리 정부와의 대화를 노골적으로 거부하고 있다.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등 남북 간 연락채널은 유지되고 있지만, 당국자 간 ‘대면회담’은 지난해 단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 교수는 “지금 상황에서 북한이 바로 반응을 보이진 않을 것 같다”며 “한·미 연합훈련 이런 것들이 지나가야(반응이 있지 않을까)”라고 전했다. 이어 현재 북한이 북·미 대화보다 '정면돌파전' 동력 확보를 위해 대내적으로 더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진핑 방한·도쿄올림픽, ‘金 답방’ 촉매제 역할
정부가 내세운 남·북·미 선순환 과정을 위해선 한국이 시 주석의 방한과 도쿄하계올림픽 등 주요 외교 이벤트를 지렛대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등장한다. 한반도 정세 안정에 상당한 기여를 한다는 점을 부각하려는 시 주석이 ‘빈손’으로 방한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최소한 3월 이전에 북·중 정상급 대화 내지는 고위급 대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방한에 앞서 북·중 정상 간 사전 만남으로 비핵화 협상 전략과 남북관계 등에 대해 논의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또 시 주석이 3월 중 방한할 경우 이쯤으로 예상되는 한·미 연합훈련에 북한이 반발할 가능성 또한 차단된다는 해석도 있다. 홍 실장은 “시 주석의 방한과 한·미 연합훈련 시기가 맞물릴 경우 북한이 함부로 무력 도발에 나서거나 대미·대남 비난 공세를 높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점쳤다.
도쿄하계올림픽이 한반도 정세에 변곡점을 만들어낼 기회라는 의견도 있다. 이 교수는 “한반도 정세가 불안정한 가운데 이웃 국가인 일본에서 올림픽이 잘 진행되기는 어렵다”며 “일본도 한반도 상황관리에 들어갈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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