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살 중국 여대생 우화옌(吳花燕)은 지난 13일 이런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사망 원인은 극심한 가난으로 인한 영양실조. 아픈 남동생의 병원비와 생활비를 감당하기 위해 수년간 절인 고추만으로 끼니를 해결하다가 빚어진 비극이다.
그의 안타까운 사망 소식으로 중국 대륙은 슬픔에 빠진 한편, 분노도 쏟아지고 있다. ‘9958’라는 자선단체가 우화옌을 돕겠다는 명목으로 후원금을 받고, 이를 유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우화옌, 남동생 위해 ‘하루 식비 330원’…몸무게 22kg 불과
중국 구이저우(貴州)성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부모를 잃은 그는 정신질환을 앓는 남동생을 돌보며 매우 어렵게 살았다. 정부 보조금과 삼촌이 보내주는 생활비는 고작 300위안(약 5만원)에 불과했고, 대학교에서 받는 연간 7000위안의 장학금도 대부분 동생의 치료비로 사용해야 했다.
생활비를 아끼느라 자신의 식비를 줄여야 했던 우화옌은 지난 5년간 매일 절인 고추 하나만으로 끼니를 해결했다고 한다. 결국 심각한 영양실조에 걸린 우화옌은 지난해 10월 심장과 콩팥에 문제가 생겼다는 진단을 받았다. 당시 그는 키 135cm에 몸무게 22kg로 걷고 숨쉬는 것조차 힘든 상태였다.
안타까운 사연은 지난해 10월 중국 매체 충칭신보(重庆晨报)를 통해 통해 알려졌다. 우화옌은 인터뷰를 통해 “아버지와 할머니는 치료비가 없어 세상을 떠났지만, 나는 가난 때문에 죽고 싶지 않다”며 자신의 사연을 알리는 이유를 밝혔다.
왜소한 체구에 비쩍 마른 그의 모습에 충격을 받은 중국인들은 기부금을 모아 그를 돕기 시작했다. 구이저우성 퉁런(同仁)시 당국은 2만 위안을 긴급 지원했으며, 누리꾼들이 성금에 참여해 약 80만 위안이 모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지원이 우화옌의 건강을 되살리지는 못했다.
그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한 자선단체에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앞서 우화옌 생전 9958이라는 이름의 중국 자선단체가 그를 돕겠다며 기부금을 모금한 바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9958의 허술한 기부금 관리와 사용에 문제가 드러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중국 다수 매체들은 9958이 우화옌을 위해 모은 기부금은 약 100만 위안인데, 실제 사용된 돈은 단돈 2만 위안뿐이었다는 내용의 보도를 쏟았다. 실제로 앞서 지난해 11월 14일 9958은 우화옌이 입원한 병원에 2만 위안을 전달한 사실이 알려졌지만, 이후 기부금의 행방에 대해서는 어떤 설명도 이뤄지지 않았다.
9958은 “우화옌의 기부금은 100만 위안이 아닌 10만 위안이었다”며 “2만 위안을 병원에 전달한 후, 정부 규정 등 여러 상황 때문에 나머지 금액은 추후 제공하기로 그녀의 가족들과 합의를 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9958의 해명에도 이 단체의 비정상적인 기부금 운용 행태에 대한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 봉황망은 “9958은 어린이 구호 단체이기 때문에 매년 많은 환우 돕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이 프로젝트는 환우가 사망해도 중단되지 않고 계속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 자선단체를 관리하고 감독하는 기관과 제도가 미흡하다"며 "9958의 수많은 프로젝트가 산발적이고 불투명하게 이뤄진다"고 꼬집었다.
중국 사회는 강도높은 비난을 쏟고 있다. 일부 누리꾼은 가슴 아픈 우화옌의 죽음을 악용한 자선단체를 가만 둬선 안된다며, 합당한 처벌을 요구했다.
일각에서는 정부에 대한 분노도 표출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최근 ‘빈곤과의 전쟁’ 노력의 결과를 대대적으로 선전했지만, 실상은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오히려 불평등은 확대되고 있고, 여전히 많은 이들이 가난에 허덕이고 있다고 누리꾼들은 호소했다.
중국은 2020년까지 모든 빈곤층을 해소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금도 30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하루 1.9달러(약 2200원) 미만의 생활비로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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