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명예회장의 별세로 고 이병철 삼성 회장, 정주영 현대 회장, 구인회 LG 회장, 최종현 SK 회장 등이 재계를 이끌던 ‘창업 1세대 경영인’ 시대는 완전히 막을 내리게 됐다.
신 명예회장은 한국에서 1967년 롯데제과를 설립, 한·일 양국에 걸쳐 식품·유통·관광·석유화학 분야로 사업을 확장해 롯데그룹을 국내 재계 순위 5위의 재벌로 성장시킨 ‘유통 거인’으로 평가 받는다. 재계는 일제히 고인의 부음을 듣고 “재계의 큰 별이 졌다”며 애도를 표했다.
19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 명예회장은 지난해 12월 18일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해 고령으로 인한 여러 증세를 치료하던 중 지난 18일 병세가 급격히 악화돼 중환자실로 옮겨 치료를 받았으나 결국 이날 오후 4시 29분 별세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이날 일본 출장 중 부친의 부고를 듣고 급거 귀국했다.
1966년 한·일 수교로 국내 투자의 포문이 열리자 국내로 눈을 돌려 1966년 롯데알미늄을, 1967년 롯데제과를 설립했다. 국내 최대 식품기업을 만든 롯데는 관광과 유통, 화학, 건설 등 사업을 확대했다. 특히 1970년대 중반부터 홀수 달에는 한국, 짝수 달에는 일본에 머물며 현해탄을 오가는 경영으로 ‘현해탄의 사나이’로 불렸다.
고인은 "부존 자원이 빈약한 우리나라는 기필코 관광 입국을 이뤄야 한다”는 신념으로 롯데호텔과 롯데쇼핑센터(현 롯데백화점), 롯데면세점 등 관광산업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그 공로로 1995년 관광산업 분야에서 최초로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이후 평화건업사(현 롯데건설)와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을 인수해 건설과 석유화학사업에도 진출했다. 2017년 초에는 1987년부터 꿈꿔온 국내 최고층 빌딩 롯데월드타워를 개장, 123층 마천루 꼭대기층에 발을 내디뎠다.
신 명예회장은 슬하에 2남 2녀를 뒀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장남이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차남이다. 동주·동빈 형제는 신 명예회장이 1941년 일본에서 결혼한 시게미쓰 하쓰코(重光初子)씨와의 사이에서 태어났다.
장녀인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은 신 명예회장이 도일(渡日) 전 열여덟살에 결혼한 고 노순화씨 소생이다. 막내딸인 신유미 롯데호텔 고문은 1970년대 미스롯데 출신으로 신 명예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씨와의 사이에서 태어났다.
신 명예회장은 2015년 7월 장남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경영권 분쟁을 벌이면서 경영 일선에서 퇴진했다. 정신건강상의 문제가 드러나면서 2016년 호텔롯데 대표와 롯데제과 사내이사에서도 물러났고, 2017년에는 롯데쇼핑, 롯데건설, 롯데자이언츠, 일본 롯데홀딩스, 롯데알미늄 이사직도 잇달아 내려놨다.
유족으로는 부인 시게미쓰 하쓰코 여사와 장녀 신영자 이사장, 장남 신동주 전 부회장, 차남 신동빈 회장,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씨와 딸 신유미씨 등이 있다.
신춘호 농심 회장, 신경숙씨, 신선호 일본 식품회사 산사스 사장, 신정숙씨, 신준호 푸르밀 회장, 신정희 동화면세점 부회장이 동생이다.
장례는 롯데그룹장으로 치러진다. 이홍구 전 국무총리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명예장례위원장을, 롯데지주 황각규·송용덕 대표이사가 장례위원장을 맡는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22일 오전 6시다. 발인 후 22일 오전 7시 서울 롯데월드몰 8층 롯데콘서트홀에서 영결식이 열린다.
<롯데그룹 창업주 신격호(Shin Kyuk-Ho) 명예회장 프로필>
- (陰)1921년 10월 4일
- 경남 울산군 삼남면 둔기리 623. 5남 5녀 중 맏이로 출생
학력 및 경력
- 1939년 울산농업고등학교 졸업
- 1942년 도일(渡日)
- 1946년 3월 일본 와세다대학교 화학과 졸업
- 1967년 한국에 롯데제과(株) 설립으로 모국투자 시작
- 1948년 ~ 2009년 일본 롯데 사장
- 2009년 ~ 2017년 일본 롯데 회장
- 2017년 ~ 현재 일본 롯데 명예회장
- 1967년 ~ 2010년 한국 롯데 회장
- 2011년 ~ 2018년 한국 롯데 총괄회장
- 2018년 ~ 한국 롯데 명예회장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