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트위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디지털세와 관련해 좋은 토론을 했다"면서 "우리는 모든 관세 인상을 피한다는 합의를 바탕으로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도 이날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이 마크롱 대통령과 "디지털세에 대한 성공적인 협상을 완료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의견이 일치했다"고 알렸다.
프랑스가 지난해 7월 글로벌 IT(정보기술) 대기업들을 겨냥한 디지털세를 도입한 뒤 미국이 보복조치를 예고하면서 양국 무역갈등은 고조되고 있었다. 디지털세 표적이 주로 구글, 애플, 아마존 등 주로 미국 IT 대기업이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프랑스산 와인, 명품 등 24억 달러어치에 최고 100% 보복성 관세를 물리겠다고 위협했다.
이번 휴전의 일환으로 프랑스는 연말까지 디지털세 부과를 유예하기로 하고, 미국은 그 동안 보복관세 부과 계획을 접기로 했다고 WSJ은 미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디지털세는 구글, 페이스북 같은 IT 공룡들을 상대로 매출이 발생하는 지역에서 수입의 일정 부분에 매기는 세금을 말한다. 구글(G), 아마존(A), 페이스북(F), 애플(A)을 주요 타깃으로 한다는 뜻에서 이들의 앞글자를 따 'GAFA세'라고 불린다.
주요 기술 공룡들은 국경을 넘나들며 막대한 수익을 올리면서도 물리적 거점이 없다는 이유로 세금을 회피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들 기업은 아일랜드나 룩셈부르크 등 우호적인 조세 환경을 갖춘 곳에 본사를 두고 세금 부담을 줄이며 현행 과제 제도의 한계를 시험했다.
프랑스뿐 아니라 유럽에서는 영국과 이탈리아도 잇따라 디지털세 도입에 나서면서 대서양 무역전쟁으로 번질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이에 EU 무역수장인 필 호건 EU 무역 담당 집행위원은 지난주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관세 대신 대화를 통한 해결을 촉구하기도 했다.
디지털세 갈등이 가까스로 봉합되긴 했지만 미국과 유럽의 무역전쟁 우려가 해소된 건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주요 교역 상대 중 EU와만 무역협상을 마무리짓지 못한 트럼프 행정부가 EU를 겨냥한 무역 압박을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트럼프 행정부는 유럽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 부과 카드를 계속 쥐고 있으며 에어버스 보조금 보복 관세도 남아있다. 미국은 에어버스 항공기에 10%, 와인·위스키·치즈 등을 포함한 농산물과 공산품에는 25%의 징벌적 관세를 부과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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