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서구 등촌동 ○○○.'
"해당 건물의 토지면적은 1705.78㎡(약 516평)이며 도시관리계획 입안 중인 준공업지역에 해당합니다. 토지가격은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3.3㎡(평)당 3040만원 선인 157억원으로 추정됩니다. 2018년 기준 평당 2000만원 후반대로, 두 번의 손바뀜을 통해 3000만원대를 넘어섰습니다. 주변 신축개발빈도는 '보통' 수준으로 인근 150m 이내에 신축공사가 완료된 건물 2개와 공사 중인 건물 1개, 인허가 완료된 건물이 1개 있습니다. 건물 공사완료 후 전체 매각 사례는 총 17건이 있으며, 약 3년 5개월 동안 매각차액은 61억4000만원입니다."
비싼 수수료를 내고 빌딩 중개업소에서 받은 자문이 아니다. 프롭테크 기업 '스페이스워크'가 개발한 '랜드북'에 특정 주소를 입력하자 나타난 화면이다. 이 건물의 주인은 배우 권상우다. 최근 280억원에 이 빌딩을 매입해 화제가 됐다.
개인들이 사용한 신용카드 결제금액과 건강보험료 등 금융자료를 분석한 빅데이터가 입지 좋은 부동산을 추천해주고, 수익성이 높은 상업용 빌딩의 권리를 쪼개 커피 한잔 가격으로 누구나 부동산 투자를 쉽게 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높이제한·용적률·건폐율 등 복잡한 건축법도 인공지능(AI)이 척척 분석한 뒤 3D설계안을 작성하면 금방이다.
스페이스워크는 소형 부동산개발에 서비스가 특화됐다. 부동산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복잡한 건축 법규를 분석하고, 토지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개발 프로그램인 '랜드북'으로 그동안 총 100억원 이상의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이 기술은 현재 한국토지주택공사(LH)·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7개 공공기관에서 개발 후보지를 찾고, 사업타당성을 검토하는 데 활용된다. NH농협은행·우리은행 등 금융기관과 RPM중개법인, 테라펀딩 등도 직·간접적으로 랜드북을 활용해 투자계획을 세운다. 이들이 지난 1년 동안 랜드북을 활용해 검토한 토지 면적은 49만5867.76㎡(약 15만평)으로, 약 1조5000억원 규모다.
조성현 대표는 이르면 2분기께 AI 토지매수자문 서비스와 실시간 건축설계 웹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스페이스워크 관계자는 "서울에 건물이 있는 토지의 90%가 661.15㎡(200평) 이하인데, 소규모 필지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 어려워 효율적으로 개발하기 어려웠다"며 "월 20만~30만원으로 토지가치평가와 건축설계 투자자문서비스까지 제공하는 프롭테크 서비스는 최초"라고 말했다.
프롭테크 기업 '카사'는 오피스 빌등 등 상업용 부동산의 권리를 쪼개 안전하게 사고 팔 수 있는 부동산 간접 투자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은행과 부동산 신탁사가 상업용 부동산을 담보로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디지털화해 발행하고 이를 누구든 카사 플랫폼을 통해 소액으로도 쉽게 사고 팔 수 있는 구조다. 최근 우미건설, KEB하나은행, 신한금융투자, AF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7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유치를 받았다.
'부동산 지인'과 '디스코'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부동산 투자지도를 분석하는 프롭테크 기업이다. 각각 주거용 부동산과 상업용 부동산에 특화됐다.
부동산 지인은 입주물량, 평균가격, 증감률, 지역별 전출·입 통계 등 기초적인 자료는 물론이고, 수요 공급에 따른 미분양 물량정보, 면적별·연도별 평균거래량, 지역별 경매·공매 건수, 각 지역 소상공인 등록자 수와 국민연금 가입자 수 등도 분석해준다. 디스코는 건물대장과 가격평가, 매수자 분포 등 상업용 부동산 분석에서 더 나아가 투자수익 시뮬레이션, 대출가능 금액 평가와 대출상품 연결 등도 제공할 예정이다.
'큐픽스'는 3D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제작 기술로 알려졌다. 360도 사진 몇 장만으로 공간을 입체적으로 자동 재구성하는 3D가상현실 솔루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활용하면 이용자가 현장을 방문하지 않아도 실제로 공간을 둘러보는 것 같은 가상현실을 경험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블록체인·로봇공학·증강현실 등 기술 개발이 빨라지면서 프롭테크가 단순 이론에 머무르지 않고 기업들에 의해 서비스나 상품으로 현실화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프롭테크 기술 영향력이 가장 크게 나타나는 업종도 건설부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한국건설산업 연구원 관계자는 "프롭테크 기술을 활용한 부동산 산업의 선진화 트렌드는 글로벌 메가 트렌드로 굳어질 것"이라며 "다만 한국은 건설업 칸막이 규제가 강하고 아직 기관투자자들의 관심이 낮은 만큼 글로벌 경쟁에서 뒤지지 않기 위해 적극적인 정책적 지원, 투자자 발굴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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