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조원 소비 폭발"... 중국 '춘제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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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예지 기자
입력 2020-01-23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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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최대 명철 춘제 연휴 7일간 놀고 먹는 14억 중국인

  • 관광·영화 시장 매출 증가 예상...'주춤' 지난해보다 나아질 것

  • '우한 폐렴' 우려는 최대 변수... '춘제 효과' 기대 못 미치나

중국의 설 명절 춘제(春節)는 14억 중국인의 지갑이 활짝 열리는 최대 소비 대목이다. 일주일간의 긴 춘제 연휴기간 동안 많은 이들이 고향 친지들에게 줄 선물을 쇼핑하고, 훙바오(紅包·세뱃돈)을 주고받고, 온 가족이 함께 둘러앉아 저녁을 먹고, 여행을 떠나기 때문이다.

춘제 소비액은 향후 1년을 점치는 중요한 지표로 분석되기도 한다. '춘제 경제학'이란 말이 나온 이유다.

올해 춘제가 특히 이목을 끄는 건  미국과의 1단계 무역합의로 중국이 무역전쟁 압박에서 벗어나면서 올해 중국인들의 씀씀이가 폭발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면서다. 최근 몇 년간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소비심리가 침체된 중국의 춘제 성적표는 기대 이하였다. 다만 춘제를 앞두고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는 이른바 ‘우한 폐렴’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예기치 못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187조원 소비 ‘활짝’··· “왕훙 라이브스트리밍 새로운 소비 현상”

중국 아이루이왕(艾瑞網·아이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춘제 소비 규모는 1조1034억 위안(약 187조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는 사상 최대 규모다.

중국의 춘제 소비 규모는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중국 상무부가 발표한 ‘춘제연휴 소비 데이터’에 따르면 2016년 7540억 위안을 기록한 소비액은 2017년과 2018년 각각 8400억 위안, 9260억 위안으로 늘었고, 지난해 사상 최초로 1조 위안을 넘어 1조50억 위안을 기록했다.

반면 증가율은 점점 쪼그라들고 있다. 소비가 둔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 춘제 연휴 소비 증가율은 2018년보다 1.7% 포인트 낮아진 8.5%를 기록했는데, 이는 2011년 증가율 19%에 비하면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2005년 이래 처음으로 한 자릿수를 기록한 것이기도 하다.

소비가 둔화되고 있긴 하지만, 소비패턴은 점점 다양화하고 있다. 보통 춘제 소비는 춘제 맞이 용품 구매와 선물 구입으로 나뉜다. 춘제맞이 용품은 다양한 먹거리와 각종 주류를 구입하는 고정적인 소비현상이다.

주목되는 점은 춘제 맞이 용품 구매를 희망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아이루이왕이 설문조사를 한 결과, 과반수가 상품 구매 시 유명 브랜드 제품을 선호한다고 답한 점이다. 이 중 온라인에서 입소문이 난 왕훙(網紅)들이 판매하는 제품을 구매하겠다는 주링허우(90後·1990년대생) 소비자들의 비율(11.1%)이 늘었다. 최근 라이브스트리밍으로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왕훙들의 인기가 반영된 새로운 소비현상인 셈이다. 올해 춘제를 전후로 라이브스트리밍 방송을 통한 왕훙의 춘제 맞이 용품과 선물 판매가 급증할 것이라고 아이루이왕은 내다봤다.

◆30억 대이동··· 올해는 ‘나홀로 여행’이 대세

춘제를 맞아 가장 들썩이는 건 관광업계다. 중국 문화관광부는 올해 춘제 연휴 중국 내 관광객 수가 4억5000만명을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에는 전년 동기 대비 7.6% 늘어난 4억1500만명이었는데, 이보다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본 것이다.

과거와 달라진 점은 ‘나홀로 여행’의 증가다. 21세기경제보는 중국 여행 경험 공유 플랫폼 마펑워(馬蜂窩)의 통계를 인용, ‘춘제 1인 투어’ 검색지수가 지난해보다 100% 늘었으며 검색한 사람의 수도 28% 증가했다고 전했다.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 예약 사이트 시트립도 올해 춘제 연휴 나홀로 여행을 즐기는 이들은 3000만명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펑워 여행연구센터의 핑라오(馮饒) 책임연구원은 이와 관련, “중국 사회가 점점 관용적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의미”라며 “젊은 층은 전통보다는 개인의 경험을 더 중시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해석했다.

◆제2의 ‘유랑지구’나올까··· 영화 10편 출격 대기

춘제 연휴를 맞는 극장가도 들썩이고 있다. 춘제 연휴는 한국의 설 연휴와 마찬가지로 영화소비가 폭발하는 시즌이다.

디이차이징에 따르면 춘제 연휴기간을 맞이해 최소 10편의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춘제 당일인 25일에 개봉하는 영화만 ‘당인가탐안3(唐人街探案3)’, '경마(囧媽)', '중국여배(中國女排)', '강자아(姜子牙)' 등 7편에 달한다.

사실 지난해 춘제 연휴 영화 시장은 다소 냉랭했다. 박스오피스 수입이 전년 동기 대비 1% 증가한 58억3000만 위안에 그친 것이다. 2018년 증가율이 60%를 넘은 것에 비하면 급격하게 떨어진 수치다. 중국이 인류 최초 달 뒷면 탐사에 성공한다는 내용의 공상과학(SF) 영화인 유랑지구(流浪地球)가 신드롬에 가까운 흥행을 일으키며 매출 상승을 견인했음에도 역부족이었다.

전문가들은 올해 극장가는 지난해보다 뜨거워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 만롄(萬聯)증권은 2020년 춘제 영화 시장의 흥행을 예측하면서 △늘어난 개봉 영화 수 △다양한 장르의 포진 △퀄리티 높은 영화에 대한 기대감 증가 △춘제 연휴 영화관람 문화의 정착 등을 이유로 꼽았다.

◆훙바오 전쟁 관전도 춘제의 묘미

2014년부터 매년 찾아오는 중국 IT공룡들의 ‘훙바오 대전’도 춘제 연휴의 대형 이벤트 중 하나다. 훙바오는 중국어로 빨간봉투라는 뜻으로 세뱃돈을 의미한다. 춘제 때 붉은색 봉투에 세뱃돈을 담아 주는 중국 전통에서 비롯됐다.

중국 IT 회사들은 이미 훙바오 전쟁의 막을 올렸다. 중국 바이트댄스의 쇼트 클립 애플리케이션(앱) 틱톡은 지난 14일 20억 위안 규모의 훙바오 이벤트를 시작했다. 중국 최대 검색 엔진 바이두도 다음날 5억 위안 규모의 훙바오 이벤트를 열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도 자사의 전자결제 플랫폼 알리페이와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몰을 통해 5억 위안 상당의 이벤트를 벌였으며, 춘제 기간 중에는 20억 위안에 달하는 추가 이벤트를 펼칠 계획도 발표했다.

일찍부터 승기를 잡은 기업도 있다. 틱톡의 라이벌 콰이서우다. 콰이서우는 2020년 중국중앙(CC)TV의 춘완(春晩) 프로그램 공식 파트너로 선정됐다. 춘완은 1983년 첫 방송한 이후 매년 춘제 때마다 엄청난 시청률을 자랑하는 국민 프로그램으로 ‘중국의 슈퍼볼’로 알려져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시청자가 관람한 TV프로그램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렸을 정도니, 춘완으로 창출되는 광고 효과는 어마어마하다.

콰이서우는 춘완 프로그램을 통해 약 10억 위안의 디지털 훙바오를 시청자들에게 뿌릴 예정이다. 춘완 방송을 시청하는 동안 콰이서우 앱을 통해 다양한 방법으로 시청 인증을 하면 훙바오를 증정하는 방식이다.

◆A주 춘제 랠리 기대감··· ‘우한 폐렴’은 변수

춘제 경제학의 대미를 장식하는 건 중국 A주(중국 본토 증시 상장주식)의 ‘춘제 랠리’다. 중국 주식시장은 지난 20년간 춘제 연휴 전후로 강세장을 연출하는 경향을 나타냈다. 웨카이(粵開)증권은 "2001년부터 A주 시장은 '춘제 효과'에 따른 상승장이 출현하고 있다"며 “중국 증시가 춘제 연휴 직후 5거래일간 상승세를 나타낼 가능성은 79%에 달한다”고 전했다.

업종별로는 소비재, 관광, 주류, 전자, 미디어 등의 주가가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춘제 기간 소비 증가에 따른 당연한 예측이다.

다만 최근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이른바 우한 폐렴은 큰 변수다. 지난해 12월 처음 발병한 우한 폐렴은 수도 베이징과 상하이, 광둥성 선전까지 확진자가 나오며 중국 전역으로 퍼져 나가고 있다.

22일 기준 중국 내 우한 폐렴 확진 환자 수는 중국 내에서만 후베이성 270명, 베이징시 10명, 광둥성 17명, 상하이시 6명, 저장성 5명, 윈난성 1명, 쓰촨성 2명, 산둥성 1명, 장시성 2명, 톈진시 2명, 허난성 1명, 충칭시 5명, 후난성 1명 등 총 324명에 달한다. 이들 지역 외에도 9개 성과 홍콩에서 100여명의 의심환자가 발생해 이날까지 총 확진자는 400여명에 달할 것으로 우려된다. 이미 사망자는 6명이 나왔다. 

전문가 의견도 갈리고 있다. 한 애널리스트는 중국 증권시보와의 인터뷰에서 “우한 폐렴은 관광객과 소비 흐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 경제에 타격을 미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춘제 연휴를 이틀 앞둔 22일 춘제 테마업종으로 꼽히는 관광과 소비재주 주가는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매해 명절마다 ‘품귀현상’을 일으키며 주가가 크게 상승했던 주류기업 구이저우마오타이(貴州茅台)의 주가는 이날 오전 전거래일 대비 0.49% 하락 중이다. 마오타이와 양대산맥을 이루는 중국의 또 다른 주류기업인 우량예(五糧液)도 1.76%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된 여행 플랫폼 시트립은 21일(현지시간) 전거래일 대비 7.91% 급락하며 장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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