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성장 정체는 세계 성장률 전망까지 끌어내리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번 주 세계경제전망을 업데이트하면서 인도의 성장 부진 등을 이유로 올해 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4%에서 3.3%로 하향 조정했다.
IMF는 이번 보고서에서 올해 인도 성장률을 5.8%로 제시, 3개월 만에 1.2%P나 낮춰잡았다. 인도의 내수 경제가 예상보다 가파르게 둔화하고 있다고 IMF는 경고했다.
인도 정부는 굵직한 경제 개혁을 도입하고 있으며 은행권 악성부채 해결에도 진전을 보이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평가는 다르다.
아울러 그는 인도의 악성대출 문제가 여전히 심각해 신규 대출을 위축시켜 단기적인 경제회복을 가로막고 있다면서, 금융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래픽=인도 경제 성장률 추이]
인도의 급격한 경기 둔화는 대외적으로 글로벌 강국으로 도약하려는 인도의 노력에 찬물을 뿌리고 대내적으로는 경제 불만에 따른 사회 불안을 부채질 할 것으로 보인다. WSJ은 인도 경제가 궤도 이탈 위기에 놓이면서 경제 개혁을 강점으로 내세우던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도 설 자리가 좁아질 것으로 봤다.
모디 총리는 2014년 인도 제14도 총리로 취임한 뒤 힌두교 우대 정책 등을 둘러싼 논란 속에서 경제 관리 능력을 바탕으로 대내외에서 평판을 다져왔다. 경제 개혁, 효과적인 정부 운영, 개발 이니셔티브, 세계화는 모디 집권 1기의 최우선 어젠더였다. 갑작스러운 화폐 개혁은 급진적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으나 통합부가세(GST) 도입이나 파산법 개정 등은 국내외에서 호평을 받았다. 모디 총리가 인도 경제의 체질을 바꾸고 글로벌 강국으로 도약시킬 것이라는 믿음 속에서 인도 경제 성장률은 중국을 능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모디 집권 2기에선 힌두 국수주의 정책이 부상하고 경제 개혁은 차순위로 밀렸다. 국제적 시각을 가진 이코노미스트들도 정부 자문에서 줄줄이 떠났다. 뉴델리 소재 싱크탱크 옵서버리서치재단의 마티시 미스라 선임 연구원은 "모디 정부의 문제는 경제 현안을 다루는 최고위층 관리들 사이에서 경제와 관련한 이해가 부족하고, 전문가가 조언하더라도 모디 총리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무시된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그 결과 경제 둔화가 가시화하고 있으며 특히 인도 저소득층이 생계를 유지하는 건설과 농업 부문의 업황이 악화하면서 사회 불안의 씨앗도 움트고 있다고 WSJ은 지적했다.
최근에는 시민권법 개정에 따른 시위로 사회 불안이 더 커졌다. 시민권법 개정은 이슬람교를 믿는 이웃 3개국(방글라데시,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에서 종교적 박해를 피해 인도로 넘어온 힌두교, 시크교, 불교, 기독교도 불법 이민자에 시민권을 부여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종교에 기반한 차별을 조장하고 인도의 건국 이념인 세속주의를 위협한다는 문제가 제기됐고, 시민과 경찰이 충돌해 수십 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우타르프라데시주 러크나우에 소재한 인도 소재 싱크탱크 기리개발학연구소(GIDS)의 A.K. 싱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정부의 관심은 힌두 국수주의 어젠더에 맞춰져 있다"면서 "그들은 개발과 발전을 얘기하고 있지만 농업은 상황이 극도로 좋지 않고 특히 우타르프라데시의 산업은 무척 고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 근로자들이 21일(현지시간) 인도 텔랑가나주 하이데라바드에서 도로 광고판을 설치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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