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은 23일 최 비서관을 조국 전 장관 아들의 허위 인턴 활동 확인서를 발급해준 혐의로기소했다.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송경호 3차장과 고형곤 반부패수사2부장이 수사 지휘를 해왔다. 이들은 최 비서관을 기소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지난 8일 새로 부임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제동을 걸었다. 그는 "대면 조사 없이 기소하는 것은 수사 절차 상 문제가 있으므로 소환 조사 후 사건을 처리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기소 결재를 미뤘다. 이에 송경호 3차장이 지검장 대신 기소 결재하고 최 비서관을 기소한 것이다. 법무부는 송 차장이 이성윤 지검장의 지시를 어겼다고 주장한다. 청와대 비서관 등 고위 공직자를 기소할 때는 지검장 결재를 받게 돼 있는 내부 규정도 어겼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대검은 오히려 이성윤 지검장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거듭된 지시를 어기고 기소 결재를 미뤘다고 반박한다. 윤 총장은 22일 하루동안 세 차례나 이성윤 지검장에게 최 비서관을 기소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이 지검장이 기소 결재를 미루자 윤 총장이 23일 오전 송경호 3차장에게 지시해 기소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누가 지시를 어겼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검찰청법 규정이다. 이 법 제7조 ①항은 “검사는 검찰사무에 관하여 소속 상급자의 지휘ㆍ감독에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다. 송경호 3차장의 상급자는 이성윤 지검장이다. 법무부는 이를 근거로 송 차장이 이 지검장의 지시를 어겼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성윤 지검장의 상급자는 윤석열 검찰총장이다. 윤 총장은 이 지검장에게 최강욱 비서관을 세 차례나 기소하라고 지시했다. 이성윤 지검장은 윤 총장 지시를 당연히 따라야 했으나 따르지 않았다. 그런데도 법무부는 이 사실은 외면한 채 송 차장이 이 지검장 지시를 어겼다는 것만 내세운다.
송 차장은 이성윤 지검장 지시를 따라야 하는가, 윤석열 총장 지시를 따라야 하는가. 검찰청법 제 12조 ②항에는 “검찰총장은 검찰사무를 총괄하며 검찰청의 공무원을 지휘ㆍ감독한다”고 돼 있다. 검찰총장은 검찰 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전국 모든 검사들을 지휘 감독한다는 뜻이다. 이 규정에 의하면 이성윤 지검장은 물론이고 송경호 차장도 당연히 윤 총장 지시를 따라야 한다.
윤 총장이 이성윤 지검장을 제끼고 송경호 차장에게 기소 결재하라고 지시한 것은 절차 위반인가. 검찰청법 제7조의 2 ②항은 “검찰총장, 각급 검찰청의 검사장 및 지청장은 소속 검사의 직무를 자신이 처리하거나 다른 검사로 하여금 처리하게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 따르면 윤 총장은 기소 결재를 ‘자신이’ 직접 할 수도 있고 ‘다른 검사’에게 대신하게 할 수도 있다. 윤 총장은 이성윤 지검장이 기소 결재를 거부하자 송 차장에게 대신 처리하게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절차 위반이라고 할 수가 없다.
결론적으로 윤석열 총장이 송경호 차장에게 기소 결재를 지시하고 송 차장이 이에 따라 기소한 것은 검찰청법 규정대로 이뤄진 일이다. 이성윤 지검장이 윤 총장의 지시를 거부한 게 검찰청법 위반일 뿐이다. 감찰을 받아야 할 사람은 검찰총장 지시를 거부한 이성윤 지검장이라고 봐야 한다.
이성윤 지검장은 ‘대면 조사 없이 기소하는 것은 수사 절차 상 문제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기소하려면 먼저 대면 조사를 해야 한다는 법 규정은 없다. 대면 조사를 하든 안 하든 검사는 유죄 혐의가 인정되면 기소할 수 있다. 법원 역시 대면 조사 절차가 있었든 없었든 유죄 증거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판결을 내린다. 이 지검장이 무슨 근거로 ‘절차 상 문제가 있다’고 하는지 의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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