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올해 총회는 50주년을 맞아 '기후 대응 등 지속 가능한 자본주의의 방안을 모색해보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그러나 2년 만에 포럼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73) 미국 대통령의 성토장으로 전락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정·재계의 별'들이 총집결한 이 포럼에서 사실상 주인공 행세를 했다. 청소년 환경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17)와의 설전을 비롯, 미국 대선과 탄핵 심리 방어 등을 위한 국내용으로 이용하면서 가장 큰 관심을 끌어냈다.
특히 56세 차이의 '앙숙' 툰베리와의 설전은 이번 포럼의 가장 큰 이슈로 꼽힌다. 기후 변화를 부정해온 트럼프 대통령이 21일 다보스포럼이 제안한 '나무 1조 그루 심기'에 동참하겠다고 하자 툰베리는 나무 심기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일갈하면서 두 사람은 또다시 격돌했다.
므누신 장관은 23일 툰베리를 향해 "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후에야 우리에게 그것을 설명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비꼬았고, 툰베리는 "화석 연료에 보조금 지급이 모순된다는 점은 학위가 없어도 알 수 있다"며 되받아쳤다.
포럼 기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기후 대응은 생존의 문제라며 대응을 촉구했지만, 관심은 트럼프 대통령과 툰베리가 독차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포럼을 국제 문제보다는 미국 국내 문제로 알차게 이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교롭게도 포럼 기간 미국 상원이 자신의 탄핵 심리를 본격화하자 이를 상쇄하려는 듯 감세, 규제 완화, 임금 상승, 중국과의 1차 무역 합의, 주가 상승 등 재임 기간 경제적 성과를 부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 "미국 경제가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미국 경제는 전 세계가 따라야 할 모범"이라면서 자신의 재임 기간 경제 성과에 대한 자화자찬을 펼치는데 다보스포럼 연설의 대부분을 할애했다.
국제무대를 11월 미국 대선을 위한 '사전 유세'와 탄핵 심리에 쏠린 관심을 분산하는 데 활용한 셈이다. 이에 AFP는 전문가 분석을 인용, "트럼프 대통령 메시지의 목적은 국제 정책에서 그의 최대 관심사가 '미국 우선주의'라는 점을 미국 유권자에게 알리기 위함"이라고 전했다.
로이터 역시 "트럼프 대통령은 탄핵 심리가 이뤄지는 장소에서 수천 마일 떨어진 곳에서 미국 경제의 성공을 자랑하려고 다보스의 중앙 무대에 섰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연합(EU)에 수입산 자동차 관세를 높일 수 있다고 거듭 위협하면서 WEF가 강조하는 자유무역과 다자주의 의미가 퇴색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포럼에서 EU가 이른 시일 내 협상에 합의하지 않으면 자동차 등 EU의 수입품에 매우 높은 관세를 물리겠다고 거듭 위협했다. 18개월간 무역 전쟁을 벌인 중국과 최근 1차 무역 합의에 서명하면서 한숨을 돌리게 되자 '전선'을 EU로 옮긴 것으로 풀이된다.
다보스포럼은 자유무역과 다자주의, 세계화를 강조하는 국제 행사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 한번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외치며 상대국을 압박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년 전 다보스포럼에서도 포럼 기간 내내 보호무역주의에 기댄 미국 우선주의에 목소리를 높였다.
이를 꼬집듯 중국의 한정(韓正) 부총리는 이번 포럼에서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는 일방주의와 보호무역주의는 아무것도 끌어내지 못할 것"이라며 개방주의와 다자주의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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