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환매가 중단된 1조6000억원 규모의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자산 가운데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맺은 증권사가 일반 투자자보다 우선해 돈을 받을 수 있겠다. 이로 인해 일반 투자자의 손실 규모가 조(兆) 단위로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7일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라임자산운용은 환매가 중단된 3개 모(母)펀드 운용과 관련해 신한금융투자와 KB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증권사 3곳과 6700억원 규모의 TRS 계약을 맺었다. 신한금융투자 약 5000억원, KB증권 약 1000억원, 한국투자증권 7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TRS 계약은 자산운용사가 자산을 대신 매입해주고 그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 것으로 레버리지(차입)를 일으켜 펀드 수익률 제고에 도움이 된다. 계약상 펀드 자산을 처분할 경우에는 일반 투자자보다 선순위로 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신한금융투자 등 증권사 3곳이 실사 후 자산 처분 시 6700억원 규모의 자금을 먼저 빼가게 되면 지난해 환매가 중단된 1조6천억원 규모의 펀드 자산은 9000억원 수준으로 쪼그라들게 된다.
그러나 삼일회계법인의 실사 후 라임자산운용이 부실 자산을 털어낼 경우 환매가 중단된 1조6000억원 규모의 자산은 더 줄어들 것으로 보여 일반 투자자에게 돌아가는 돈은 더 적을 것으로 전망된다.
예컨대 환매가 중단된 3개 모펀드 자산 중 70% 정도만 회수가 가능한 것으로 결론이 나올 경우 펀드 자산은 1조원 수준으로 줄어들게 되고 증권사 3곳이 이 중 6700억원을 먼저 빼가면 사실상 펀드 자산은 3000~4000억원 정도만 남게 된다. 결과적으로 일반 투자자들은 1조원 넘게 손실을 보는 셈이다. 펀드 자산 중 50%만 회수 가능한 경우에는 남는 금액이 1000억원에 불과하다.
현재 라임자산운용과 TRS 계약을 맺은 증권사, 펀드 판매사 등은 '3자 협의체'를 구성해 실사 결과가 나오기 전 자산 회수 문제 등을 협의할 계획이다.
금융감독원은 삼일회계법인의 실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TRS 증권사의 책임 문제 등을 먼저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협의를 주문한 상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신한금융투자의 경우 라임의 무역금융펀드 운용과 관련해 사기에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는데 TRS 계약액인 3600억원을 먼저 가져가는 게 맞는가 싶다"고 말했다. 라임자산운용 투자자들은 라임자산운용과 신한금융투자, 펀드 판매사인 우리은행을 사기와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그러나 법적으로 TRS 계약을 맺은 증권사들의 우선 변제권이 인정되기 때문에 증권사들의 양보가 없으면 이를 강제할 방법이 없어 일반 투자자의 대규모 손실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지난해 라임자산운용은 유동성 부족 사태가 발생하자 3개 모펀드인 '플루토 FI D-1호', '테티스 2호', '플루토 TF 1호' 등에 대해 1조5587억원 규모의 환매를 중단했다.
환매가 중단된 3개 모펀드를 포함해 라임자산운용의 전체 사모펀드 순자산은 이달 22일 현재 4조70억원으로 펀드 수익률 돌려막기 의혹 등이 제기된 지난해 7월 말(6조347억원)보다 2조원 넘게 줄었다. 이 중 순자산은 설정액(4조2천678억원)보다 2600억원 정도 적어 손실을 기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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