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달러 '제다이' 사업 중단해달라... 아마존, 美 법원에 가처분 신청

100억 달러(약 11조7000억원) 규모의 세계 최대 클라우드 전환 사업을 두고 아마존과 미국 정부·마이크로소프트(MS) 간 세기의 소송전이 시작됐다.

28일 클라우드 업계에 따르면, 아마존의 클라우드 사업법인인 아마존웹서비스(AWS)가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청구법원에 계약의 정당함이 밝혀지기 전까지 미국 국방부 차세대 군사전략시스템 '제다이(JEDI, Joint Enterprise Defense Infrastructure)'의 사업 전개를 중단시켜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미국 국방부.[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제다이는 미 국방부가 추진하는 클라우드 기반 군사전략시스템이다. 기존의 낡은 인프라에서 실행되는 미군 군사전략시스템을 민간의 정부 전용(공공) 클라우드로 이전하고 인공지능 등 각종 첨단 기술을 도입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10년에 걸쳐 100억달러 규모로 진행되는 대단위 사업이라 수주를 두고 AWS, MS 등 클라우드 업체 간 신경전이 치열했다.

당초 업계에선 기술과 인프라면에서 앞서는 AWS가 유력한 사업 후보로 꼽혔다. 중앙정보국(CIA) 등 다른 미국 정부 조직도 AWS의 공공 클라우드를 이용하고 있어 시스템 연계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7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에게 클라우드 사업자로부터 불평을 들었다며 제다이 사업자 선정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지시하면서 상황이 급반전되었다.

결국 지난해 10월 MS가 제다이 사업자로 선정됐고, 이에 불복한 AWS는 지난해 11월 미 연방청구법원에 미 국방부의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가처분 신청은 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MS가 제다이 구축을 진행하지 못하도록 해달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드류 허드너 AWS 대변인은 "이의 제기가 진행 중일 때는 계약 이행을 유예하는 것이 일반적 관행이다. JEDI 사업자 선정에 영향을 끼친 많은 평가 오류와 노골적인 정치적 개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앤디 제시 AWS 최고경영자는 지난해 12월 전 세계 기자들을 만나 "트럼프 대통령이 아마존과 제프 베저스 대표를 경멸(disdain)한다고 표현하는 상황에서 미국 국방부가 눈치를 보지 않고 결정을 내리는 건 어려운 일이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외압으로 세계 최대 규모 클라우드 구축 사업의 사업자가 변경됐다는 뉘앙스의 주장을 펼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에게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하는 워싱턴포스트 구독을 중단하고, 사주인 제프 베저스 아마존 대표와 지속적으로 대립해왔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에 항의하는 의미에서 회사 홈페이지 전면에 "민주주의가 어둠 속에서 죽어가고 있다(Democracy Dies in Darkness)"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소송에서 승리하기 위해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가 50명이 넘는 변호사와 컨설턴트를 고용해 20만 페이지의 서류와 100GB(기가바이트) 이상의 데이터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며, 제다이 소송이 구글과 오라클의 자바 전쟁을 능가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IT 소송전이 될 것임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