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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장(名將) 김학범] ① '선수→은행원→지도자' 잡초의 굳은 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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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기자
입력 2020-01-29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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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범 축구대표팀 감독이 명장(名將) 반열에 올랐다.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이어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사상 첫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환희의 순간. 김 감독은 모든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그는 맨 끝에서 순박한 표정으로 손뼉을 쳤다.
 

포디엄 끝에서 선수들을 향해 손뼉 치는 김학범 감독(사진 오른쪽) [사진=연합뉴스]


김 감독의 별명은 ‘학범슨’. 이름인 김학범과 알렉스 퍼거슨(영국) 前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의 합성어다. 퍼거슨과 같이 무서운 호랑이 감독으로 통하지만, 사적인 자리에서는 따듯하다는 점에서 이러한 별명이 붙었다. 지와 덕을 겸비한 점도 비슷하다. ‘학범슨’의 학은 배울 학(學)으로 불린다. 남들이 뭐라 해도 만학도(晩學徒)의 길을 걸었다. 끝없이 연구하고 노력해 박사 학위를 받았다. 수많은 갈림길이 있었지만, 굳은 심지로 축구 지도자를 고집했다. 잡초 같았던 그가 어떻게 명장 반열에 올랐는지 그의 60년 인생을 돌아본다.

◆ '축구 선수→은행원' 야생에서 자란 잡초(雜草) 같은 삶

김 감독은 올해 예순이다. 60년이란 세월 동안 거친 벌판을 달려왔다. 그의 시작은 ‘잡초’ 같았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밥을 굶지 않기 위해 운동부를 기웃거렸다. 후암초등학교 5학년 처음 축구를 접한 그는 강릉농공고등학교(現 강릉중앙고등학교)에서도 뛰어난 모습을 보이며 축구 장학생으로 1980년 명지대학교 체육교육학과에 입학했다. 전통의 축구 명문이었던 명지대학교의 전성기를 이끌며 여러 차례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졸업 직후 국민은행 축구단에서 1984년부터 1991년까지 스위퍼로 활약했지만, 대표팀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결국, 그는 1992년 32세의 나이로 선수 생활을 접었다.

짧은 선수 생활을 마친 김 감독은 ‘은행원’을 선택했다. 1992년 6개월간 국민은행 퇴계로 지점에서 근무했다. 실적이 좋았다. 본점에서 그를 불렀다. 영업2부에 배정받은 그는 7개월간 근무했다. 시험 통과와 예금실적 1위를 달성하며 과장까지 초고속 승진을 일궜다. 그러던 1993년 국민은행 축구단이 김 감독을 지도자로 불렀다. 1996년에는 애틀랜타올림픽 대표팀 코치로도 활약했다. 코치로 승승장구(乘勝長驅) 할 것 같던 1997년 외환 위기가 찾아왔다. 김 감독에게도 위기였다. 한순간 팀이 증발한 것. 그는 다시 정장을 입고 은행으로 발길을 돌렸다.
 

매서운 눈으로 팀 전술 보안을 신경 쓰는 김학범 감독 [사진=연합뉴스]


◆ 적은 연봉에도 축구 지도자의 길을 선택한 '굳은 심지'

1998년 천안 일화 천마 팀에서 영입 제의가 들어왔다. 코치를 맡아 달라 했다. 은행원으로 변신해 실적을 쌓던 김 감독은 큰 고민을 했다. 실적이 좋아서 은행원으로도 성공할 수 있었던 것. 당시 그는 ‘굳은 심지’ 같은 결단을 내린다. 단편적으로 생각했다. 은행 업무보다 축구 일을 더 좋다고 판단한 것. “축구는 밤을 새워도 좋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노력하면 안 될 것이 없다는 심정으로 천안 일화 천마의 코치로 축구 인생을 이어갔다.

일화 천마의 연고지가 천안에서 성남으로 바뀌었다. 팀의 ‘전설’ 차경복(2006년 사망, 향년 69세) 감독을 보좌하며 수석 코치로 활약했다. 2001년부터 2003년까지 팀의 K리그 3연패에 이바지했다. 2005년 차경복 감독이 지휘봉을 놓자, 감독 대행을 거쳐 정식 감독이 됐다. 2006년 팀의 엠블럼 위에 7번째 별(7번째 우승)을 달았다. 이 우승으로 그는 K리그 감독상까지 받았다. 더할 나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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