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당시 경기도 모 육군 부대에 근무했던 김 모씨는 어렵게 10여년 전을 떠올리며 "두렵고 외로웠다"고 고개를 저었다.
"하루 종일 책만 봤다. 부대에서는 쉬라고 하는데 가만히 있으니 오히려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당시 신종플루 잠복일이 7일이어서 7일간 부대원들과 격리돼 있었다. 하루 이틀은 편하고 좋았지만, 5일째가 넘어가자 잔기침에도 (발병의 두려움 때문에)소스라치게 놀라고 두려웠다. 똑똑똑 문을 두드리면 '밥 먹을 때 인가'하고 나가서 문 앞에 있는 식판을 들고 들어와 혼자 밥을 먹었다. 식사를 가져다주는 동료의 얼굴도 못 봤다. 혼자 있다는 외로움과 두려움이 겹쳐 눈물 젖은 밥을 많이 먹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 돌이켜보면 밥을 가져다줬던 동료도 감염이 될까 두려웠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난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이하 신종플루) 확산 당시, 군 내에서도 모두 700명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했다.
신종플루 대응반을 편성, 24시간 운용하며 진료와 격리 공간을 마련했고 신종플루 확진자에게는 타미플루를 복용시켰다. 이에 따라 김씨는 신종플루 감염의심자로 분류돼 격리조치를 당했다.
예비군 훈련 때에는 신종플루 확산 방지를 위해 예비군 훈련장 입구에서 군의관 등이 발열측정기로 호흡을 측정하고 손 소독기 배치를 의무화했다. 입소자 체온이 섭씨 37.8도 이상이면 보건소에 진료를 의뢰하고 귀가 조치와 함게 4시간 훈련 이수 처리를 해줬다.
2016년 국방부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로 인해 비상대기 상태에 들어갔다. 예방 관찰대상자만 178명에 달했으며 당시 오산 공군기지에서 군내 첫 메르스 확진 환자도 나왔다. 다행히 첫 환자인 A 원사는 완치돼 무사히 퇴원했다.
당시 국방부는 신종플루 때와는 달리, 메르스 위험이 낮은 지역은 지휘관 판단하에 장병들의 휴가와 면회, 외출 외박 등을 정상적으로 시행했다.
◆2020년 중국 우한 '신종 코로나'와 맞닥뜨린 軍
현재 군 당국의 대응은 11년 전 신종플루나 4년 전 메르스 유행 때와 대응지침에서는 크게 달라진 바가 없다.
공간을 격리해 식사와 잠자리, 화장실 등 모두 부대원들과 분리된 생활을 한다. 11년 전처럼 식사 시간에 부대원 중 한명이 마스크와 손 소독 등을 하고 식판을 문 앞에 놓고 노크를 하는 것도 거의 비슷하다. 감염 의심자에게 마스크 한 장에 의지해 식사를 가져다 줘야하는 부대원의 불안감도 여전하다.
장병 개인 예방수칙 역시 △상시 마스크 착용 및 손 씻기 등 준수 △출타 시 대중 밀집 장소 방문 및 불특정 외국인 접촉 자제 △발열 및 호흡기 이상 증상 시 자대 당직 및 의무계통 보고 △올해 1월 이후 중국 여행자 접촉 자제 등 큰 틀에서 변함이 없다.
다만 중국 우한 신종 코로나의 잠복기가 14일임에 따라 신종플루의 2배인 14일간 격리된다는 점은 다르다.
현재 신종 코로나 확진자 발생에 대비한 군 격리병상은 전국에 32개다. 국군수도통합병원 8개, 대전 3개, 함평 2개, 대구 4개, 부산 1개, 구리 2개, 고양 6개, 양주 1개, 춘천 3개, 강릉 2개다. 이중 국가지정격리병상인 국군수도통합병원 8개는 국가에서 유사시 활용해야 할 경우 병상을 국민들에게 우선 지원해야 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