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韓헤지펀드] 펀드런 불씨 여전..."유동성 관리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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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준호 기자
입력 2020-01-3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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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방형 구조·비유동성 자산 조합이 원인

  • 영국 등 유동성 규제 참고해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라임자산운용과 알펜루트자산운용의 펀드 환매 연기 사태로 대규모 ‘펀드런’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아울러 자산운용사들의 유동성을 관리할 제도적 방안도 요구된다. 
 
◆문제의 원인은 개방형 구조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문투자자형 사모펀드에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맺은 6개 증권사는 알펜루트자산운용 외 다른 사모 운용사 펀드에서 당장 자금을 회수할 계획이 없다는 의사를 금융감독원에 전달했다. 이런 결정으로 시장 불안은 다소 진정될 수 있다.

그렇지만 불씨는 여전히 남았다. 사태의 시발점이 된 라임운용 펀드는 상당 부분 유동성이 낮은 메자닌 등의 자산을 상시 환매 가능한 ‘개방형 구조’에 담았다. 메자닌은 채권과 주식 중간 수준의 위험 단계에 있는 증권으로,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이 이에 속한다.

이런 자산의 경우 필요 시 주식으로 전환해 수익을 남길 수 있다. 그렇지만 가격이 떨어졌을 때 팔면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매각이 쉽지 않은 메자닌, 사모채권을 편입한 개방형 펀드란 점에서 유동성 위기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라임운용의 전체 펀드 설정액 4조3516억원 중 개방형으로 운영되는 자금은 무려 63.1%인 2조7459억원이다. 문제는 라임운용 펀드와 비슷한 구조·투자 방식을 통해 성장한 운용사가 많다는 사실이다.

이미 환매 연기를 발표한 알펜루트 외에 포트코리아자산운용, 라움자산운용 등이 개방형 구조로 자금을 모았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증권사와 TRS 계약을 통해 펀드 규모를 비유동성 자산에 투자하는 등 운용과정도 유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동성 관리 위한 장치 필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비유동성 자산에 대한 헤지펀드 투자를 검토할 필요도 있다. 헤지펀드 시장을 키우기 위해 급격히 규제를 완화하다 보니 덩치는 커졌지만 제도적 고민이 부족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장은 "사모펀드가 비유동성 자산을 담은 경우 지속가능성과 안정성을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한데 이 부분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 문제가 생겼다"고 진단했다.

금융투자협회 집계 결과 비유동성자산을 기초로 삼는 사모펀드 설정규모는 2008년 13.0%였지만, 지난해 53.7%까지 늘었다. 송 실장은 "사모펀드 유동성리스크의 글로벌 규제를 참고해 유동성 리스크 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금융선진국들은 개방형 구조 펀드의 위험성에 대응하기 위해 제도적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해 영국 금융감독청은 비유동자산을 보유한 개방형 펀드의 유동성 위기에서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거래정지 요건, 유동성 관리 강화, 공시 강화에 관한 규제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규제안을 보면 부동산 등 비유동성 실물자산에 50% 이상 투자한 펀드를 대상으로 하지만, 이런 자산을 간접적으로 보유한 펀드 등도 규제한다. 구체적 방안으로는 유동성 관리 강화를 위해 비상계획 수립, 수탁기관의 감독 강화, 소매 고객에 대한 판매 시 위험경고 등이 포함됐다.

또 유동성 관련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면 거래나 판매가 중단된다. 자본시장연구원 공경신 연구원은 "최근 유동성이 낮은 펀드들에서 환매 중단이 발생한 만큼 관련 규정을 점검하고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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