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원 칼럼] 우한(武漢) 사태로 中 AI 기술개발 속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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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원 수석논설위원
입력 2020-02-02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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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원 수석 논설위원]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며 지구촌의 우환(憂患)이 되고 있다. 중국 방문자, 감염증 확진자, 환자 등 관련자들을 격리시키는 것 외에는 뾰족한 방도가 없는 상황이다. 가장 긴요한 환자 치료용 백신도 세계적으로 아직 개발되어 있지 않은 실정이다.

발생 당사국인 중국은 우한이 인구 1100만명의 거대도시인 데다 전국으로 연결되는 교통 허브라서 초동단계에서 진압이 어려웠던 것으로 파악된다. 민감 정보에 대한 국가통제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가 좋은 방향으로 작동하지 못한 이유도 그중 하나다.

이번 사태를 보는 시각과 분석은 매우 다양하다. 의학적 입장은 물론이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쪽에서 나오는 견해들도 간단치 않다. 이 가운데 가장 주목을 끄는 분석 가운데 하나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과 바이오 기술 등의 기여에 대한 지적이다.

중국 관측통들은 “AI와 빅데이터 등이 진작에 개발되고 발전되었다면 이번 사태를 예방하고, 설령 발생해도 재빨리 진압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게 베이징 당국의 입장이라고 전했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가상물리시스템(사이버 피지컬 시스템), 즉 사이버 세계와 물리적 세계의 융합이 이뤄진다. 따라서 물리적 세계에서 발생한 우한 사태를 AI 등의 기술을 동원한 사이버 세계의 결합으로 상당부분 대처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과학기술적 접근 방식이다. 중국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제4차 산업혁명에 대한 관심을 더욱 고조시켜 AI 등 관련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서울대 데이터 사이언스 대학원장 차상균 교수는 “인간에 의한 AI, 인류를 위한 AI라는 대전환의 시대에 돌입했다”며 “세계는 이미 전략적 투자 규모와 속도, 타이밍의 게임을 펼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의학계에서는 2003년 동남아시아에서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에 이어 이번 우한폐렴이 발생하자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 질병에 대한 연구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게 나오고 있다. 서방 언론들도 지구온난화에 버금가는 글로벌 이슈로 다루고 있다.

5년 전 38명의 사망자를 낸 한국 메르스 사태 때 경기도는 백신 개발에 도전했다. 이 개발연구에는 2015~2017년 3년간 15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이 연구는 백신 치료제를 위한 후보물질을 탐색하는 맛보기 연구로 종료됐다. 연구 책임자였던 경기도경제과학원 바이오센터 정귀완 박사는 “경기도의 적은 예산으로 초기 연구개발 단계에서 끝냈지만 이제부턴 국가적 과제로 격상시켜 본격적인 연구개발에 나서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바이러스 연구는 기업이 하기엔 경제성에 문제가 있어 시장화 전(前) 단계까지는 공공연구로 할 수밖에 없다는 게 의학계의 인식이다. 최근 수년 새 중국 베이징에 있는 중관춘이 정부 주도로 정보통신 첨단단지에서 바이오 단지로 대폭 탈바꿈하고 있으며, 자금도 이쪽 분야에 집중 투입되고 있다.

과학기술의 혁신은 격변적인 환경에서 많이 나타나는 속성이 있다. 클레이 크리스텐슨 전 하버드대 교수가 말한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이다. 최근 ‘주요국들의 AI국가전략 보고서’를 낸 21세기 글로벌전략연구소의 김시행 수석연구원은 “이번 우한사태는 큰 차원에서 과학기술의 파괴적 혁신을 일으키는 플러스 방향, 중국의 세계 지배전략인 ‘일대일로’ 계획에 대한 각국의 견제 강화와 선진국 간의 기술패권경쟁 가열이라는 마이너스 방향의 두개의 벡터가 길항(拮抗)하는 양상을 보여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2016년 1월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가 선언된 지 정확하게 4년이 지났다. 우한 사태는 최근 제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고 있는 중국이 진짜 실력을 드러낼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경제·외교·문화 등 커플링(연대감)이 나날이 깊어지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어느 때보다, 어느 나라보다 이번 사태를 복안적이고 전략적 시각에서 지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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