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이 많이 모이는 면세 백화점이나 식당, 건물, 시장, 조선족 밀집 거주지역에 대한 시민들의 거부감이 늘어가고 있다. 신종 코로나가 전염성이 강하고 2차, 3차 감염자가 발생하는 등 매우 우려 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신종 코로나 사태 발생 후 입국한 중국인 관광객을 모두 중국으로 송환 조치하라고 주장하거나, 이번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중국인 입국을 금지시켜야 한다는 주장은 너무 가혹하고 과학적이지 않다.
이번 사태를 냉정하고 이성적인 시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 현재까지 한국에서 발생한 확진 환자는 늘어가고는 있으나 많지 않다. 또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은 상황에서 특정 국가의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잠재적 보균자로 보고 극약 처방 대책을 시행하는 것은 너무 과하다.
중국은 지리적으로 넓고 15억 인구를 가진 나라다. 중국을 하나의 나라라고 생각하고 일률적으로 중국 전체에 대해서 규제하는 정책은 비 이성적이다. 전염병 전문가들 의견에 따르면, 전염병이 잡힐 때까지 진원지로 지목된 우한이나 후베이성을 거쳐 한국으로 입국하는 외국인의 입국을 한시적으로 제한 하는 것 만으로도, 전염을 차단 할 수 있다고 한다.
중국 현지 언론에는 시골마을 입구에서 총칼이나 무기를 든 사람들이 외지인 통행을 막거나, 우한 번호판을 단 차량의 통행을 막고 있는 야만적인 사진이나 영상들이 적지 않게 올라온다. 중국 시골 사람들이 하는 행위와 비슷한 행동을 한다는 것은 우리의 자존심이 너무 상하는 일이다.
언론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언론은 진실과 사실을 보도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확인되지 않은 거짓 정보나 흥미위주의 가십거리, 공포를 부추기는 일부 비전문가들의 의견을 소개함으로써, 불안을 조장하고, 유언비어를 전달하는 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
세계는 지구촌이라 할 만큼 좁아져 있고, 우리는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며 살아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너희 나라에 전염병이 창궐하니 일률적으로 쫓아 내거나 입국하지 말라는 주장은 글로벌 무역으로 먹고 사는 우리가 취할 자세가 아니다.
한국을 여행하는 중에 발병하더라도 치료해 주는 게 인도주의 정신이다. 일본의 경우, 중국인 환자의 치료는 물론 치료비도 정부에서 부담하겠다고 했다. 맨날 일본을 욕할 것이 아니라 마땅히 우리는 배우는 바가 있어야 할 것이다.
국적이나 나이, 성별, 피부색에 상관없이 인간의 생명은 그 자체로 고귀한 것이다. 생명을 앞에 두고 어떠한 흥정을 해서는 안 된다. 자기의 생명이 중요한 만큼 타인의 생명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아쉽게도 우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자살률이 1위다. 생명 존중에 대한 의식이 약하다는 증거다.
중국과 가장 가까이 있으면서 교류가 가장 많은 나라인 우리가, 이웃인 중국에서 난리가 났는 데도 한 명의 사망자도 내지 않고 관리하고 있다는 것은 선방하고 있으며 대단한 일이다. 우리 정부의 방역 체계와 의료기관, 그리고 의료인들의 헌신적 희생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고생하는 정부 관련 기관의 공무원들과 의료기관 종사자들을 격려하고, 다소 실수와 잘못이 있더라도 비난하지 말아야 한다.
중국 우한에서 귀국하는 교민들을 격리 수용하는 시설이 있는 지역의 주민들이 처음에는 반대하기도 했으나, 결국 따뜻한 동포애로 귀국한 국민들을 받아들였다.
우체국에 가보면 창구에는 중국인 지인들에게 마스크나 의료용품을 보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참으로 고맙고 아름다운 모습이다.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성숙해 질 수 있는 희망을 보여준 좋은 사례들이다. 중국인을 내칠 것이 아니라, 따뜻하게 품는 아량을 이번 기회에 보여 주어야 한다.
그 동안 우리가 중국에게 유쾌하지 않은 대접을 받은 일 등을 끄집어 내어 감정적으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 중국의 어려운 처지를 생각해서 의료지원 물자나 의료 인력으로 도움을 주는 행위를 사대주의로 몰아서는 안 된다.
중국에 대한 근거 없는 혐오는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태의 추이를 냉정하게 지켜보며 인내심을 가지고 지혜롭게 대응하는 성숙한 국민 의식을 보여줘야 한다. 우리가 배려심을 가지고 도덕적으로 중국보다 우위에 서야 '극중(克中)' 할 수 있다. 중국에게 우리의 한 수위 도덕성을 보여 줄 수 있는 기회가 바로 지금이다.
조평규 단국대 전 석좌교수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