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여개 종목 하한가 거래중단···440조 시총 증발
열흘간의 춘제(春節, 중국 설) 연휴를 마치고 3일 개장한 상하이종합지수 낙폭은 8%에 육박했다. 이는 지난 2015년 8월 24일 증시 대폭락장을 연출한 이후 4년 5개월 만의 최대 낙폭이었다. 이날 하루 상하이증시에서만 3700억 달러(약 442조원) 넘는 시가총액이 증발했다고 로이터는 집계했다. 3000개가 넘는 종목이 일일 하한가 제한 폭인 10%까지 떨어지며 거래가 중단됐을 정도다.
이는 중국보다 먼저 춘제 연휴를 마치고 개장한 홍콩, 대만 등 중화권 증시 낙폭을 훌쩍 뛰어넘은 수준이다. 지난달 30일 약 일주일 만에 개장한 대만 증시는 신종 코로나 악재를 한꺼번에 반영하며 하루에 5.8% 폭락했다. 앞서 29일 개장한 홍콩 항셍지수도 사흘에 걸쳐 6.7% 하락했으며, 한국의 코스피도 지난주 나흘 새 5.7% 급락했다. 태평양 건너 미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달 31일 뉴욕증시에서 다우 지수는 2.1% 하락해 지난해 8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중국 금융시장이 흔들리면서 홍콩, 대만 등 아시아 증시도 대체적으로 약세를 보였다. 이날 일본 닛케이지수가 1% 이상 폭락한 것을 비롯, 대만 가권지수도 1.2% 하락했다.
◆당국의 개입도 불안감 잠재우기 '역부족'
중국 당국의 시장 안정을 위한 개입도 사실상 '무용지물'이었다. 이날 인민은행은 역환매조건부 채권(역레포) 거래를 통한 공개시장운영으로 시장에 1조2000억 위안(약 205조원)의 유동성을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역레포 금리도 0.1%(10bp) 포인트 '깜짝' 인하했지만 시장 불안감을 달래긴 역부족이었다.
중국 주식시장에선 이날 금융시장 혼란을 막기 위해 공매도 거래도 금지된 것으로 전해졌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을 예상해 주식을 빌려 팔아놓고, 주가가 떨어지면 다시 사서 되갚는 방식의 투자법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는 이날 중신증권 등 대형 증권사에 공매도를 금지하라는 내용의 구두 지시를 내렸다. 중신증권은 이날 자사 직원들에게 “신종 코로나로 불안에 빠진 춘제 연휴 직후 첫 거래일의 안정을 위한 정치적 차원의 과제”라고 설명했다.
◆ 사스 사망자 수 넘었다···불확실성 확대에 中경제 충격 우려↑
중국 당국의 도시 봉쇄령, 춘제 연휴 연장 같은 강력한 통제 조치에도 불구하고 신종 코로나 전염병 확산세는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이날 오전 0시를 기준으로 중국 내 신종 코로나 감염으로 인한 누적 사망자 수는 361명으로, 2003년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 중국 내 사망자 수를 넘어섰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 전염병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전문가들조차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불확실성이 시장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중국 정부의 신종 코로나 대응 대책반장 격인 중난산(鐘南山) 중국 공정원사는 전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중국 전역에서 폭발적으로 늘진 않겠지만 앞으로 2주간 절정기를 이룰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앞서 지난달 28일엔 전염병이 7~10일 사이 정점에 도달한 뒤 수그러들 것이라고 말했었다.
경제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 확산이 소비 침체, 생산 저하, 실업률 증가 등으로 이어져 지난 2003년 사스 사태 때보다 더 큰 충격을 가져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당장 올 1분기 중국 경제 성장률에 빨간불이 켜졌다. 앞서 중국 전문연구기관인 플리넘은 신종 코로나 여파로 중국 1분기 성장률이 최대 4% 포인트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보기도 했다. 신종 코로나 전염병 확산세가 진정되지 않으면 2분기까지 성장률 둔화가 계속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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