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강도 대출 규제가 담긴 12·16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서울 주요지역의 아파트 거래가격은 실제로 어느 정도 영향을 받고 있을까.
정부는 지난해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의 15억원 초과 아파트 구매목적의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하고, 9억원 초과 주택의 담보인정비율(LTV)을 20%로 하향 조정했다. 아울러 고가주택 자금출처에 대해 국세청이 자금조달계획서를 전수 분석하고, 탈세혐의자에 대해서는 예외 없는 세무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이같은 조치에 고가 주택거래가 얼어붙어 표본이 많지 않지만, 대책 후 지금까지 공개된 실거래가 통계만 보면 일단 아파트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아파트 가격이 약세인 경우 최대 낙폭이 1억원 가까이 떨어지는 곳도 있었지만 지역별 체감이 커 일반화하기는 어려웠다. 주택가격이 대출 규제의 가르마가 된 9억원과 15억원 사이로 수렴한다는 일부의 주장과도 차이가 있었다. 특히 대출 규제 이후 오히려 가격이 오른 아파트도 적지 않았다.
2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강남구 개포동 우성3차 아파트 전용면적 133.46㎡는 지난달 9일 22억원에 거래됐다. 이 아파트는 12·16대책이 발표되기 직전인 지난해 10월 23억에 거래되던 아파트다. 인근 A공인 중개소 관계자는 "대출규제가 강화되면서 심리적인 압박을 느꼈는지, 집주인들이 매도 희망가를 5000만~1억원씩 낮췄다"고 귀띔했다.
실제 강남구·송파구 등에서는 실거래가가 조정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아파트 전용 84.8㎡은 부동산 대책 발표 직전인 지난해 12월14일 21억7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지난달에는 동일 조건 매물이 19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대책 한 달만에 1억원 가까이 떨어진 셈이다. 이 단지는 규제 전 대표적인 호가 상승단지로 언급됐던 곳이다.
강남구 개포동 삼익대청 아파트 전용 60㎡와 개포동 성원대치 49.86㎡ 아파트도 최근 한 달 사이에 가격이 3000만~5000만원 하락했다. 삼익대청 전용 60㎡은 거래가격이 지난해 12월 12일 14억9000만원에서 지난달 11일 14억6000만원으로 하락했고, 성원대치 아파트 49.86㎡는 부동산 대책 전에는 12억9000만원까지 올랐다가 한달 만에 동일조건 매물이 4500만원 떨어진 가격에 팔렸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센터장은 "실제 서울 아파트 호당 평균가를 분석해보면 서울은 대책 전 9억원에서 대책 후 6억원대로 크게 떨어졌고, 강남 서초구의 경우에도 호당 평균가가 17억5000만원에서 14억원대로 낮아졌다"면서 "반면 관악, 금천, 강북 등 일부 자치구에서 호당 평균가가 몇 천만원씩 올랐는데 이는 고가 아파트 거래가 대폭 줄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12·16 대책 후 가격변동이 없거나 오른 단지도 많다. 호가 급락단지로 언급되던 잠실동 리센츠 아파트 전용 84.99㎡는 지난해 12월 13일 20억5000만원에 거래된 데 이어 대책 후인 지난달 16일에도 같은 가격에 거래가 성사됐다. 현재 호가도 20억~21억원선에 형성된 상태라 대책 전 후 가격 변동이 거의 없다. 성동구 옥수동 옥수파크힐스 아파트 59.88㎡매물도 12억5000만원으로 대책 전(지난해 12월 15일 거래)과 후(1월 5일 거래)의 가격 변동이 없었다.
마포구 공덕동 래미안 공덕 4차 아파트는 지난해 11월 30일 59.9㎡가 9억8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지난 15일에는 10억9800만원에 거래돼 대책 후 가격이 되레 1억1800만원 올랐다. 송파구 가락동 가락쌍용 아파트는 지난해 11월 23일 59.88㎡ 매물이 8억6000만원에 팔렸지만 지난달 7일에는 동일 조건 매물이 8억7500만원에 거래됐다.
KB국민은행이 발표하는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 추이에서도 대책 후 가격은 상승 추세였다. KB주택시장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 서울 선도아파트 50지수는 전월대비 0.8% 상승했다. 해당지수는 전국 시가총액 상위 50개 단지를 선정해 그 지수와 변동률을 지표화한 것이다.
서울에서는 마포구 지수가 1.12%로 가장 많이 상승했고, 양천구(0.95%), 강남구(0.85%), 강서구(0.73%) 순으로 나타나 서울 전 지역에서 1% 안팎의 상승률을 보였다. 수원 영통구(2.95%), 안양 만안구(2.65%), 안산 단원구(1.95%), 용인 수지구(1.01%), 수원 팔달구(0.90%) 등 크게 상승한 지역도 있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대출 규제를 막아 추가 주택 구매와 갭투자도 막아놨고, 장기보유특별공제 거주 요건 강화, 임대사업자 세제혜택 축소 등으로 부담해야 할 세금도 늘어 일단은 매매심리가 위축됐다"면서 "그러나 공급대책이 없기 때문에 상승압력을 장기간 방어하기에는 한계가 있고, 지금도 서울 비강남권 주택과 경기 교통망 확충지 등을 중심으로 가격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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