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라임사태에 물린 증권사에 배임을 강요한다는 논란을 낳고 있다. 당국 입장에서는 피해자를 최소로 줄이려고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대출회수를 미루라는 것이지만, 증권사는 회사와 주주 이익에 반하는 배임 가능성을 무릅써야 한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라임사태를 풀려고 금융감독원이 제안한 '3자 협의체'(라임자산운용ㆍ펀드판매사ㆍ총수익스와프 대출 증권사) 구성은 1월 말 사실상 무산됐고, 아직 이렇다 할 해결책을 못 찾고 있다.
애초 당국은 펀드 자산을 3자 협의체를 통해 회수하려고 했다. 3자 협의체는 라임운용의 펀드 자산 회수 방법을 위해 우리은행을 중심으로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 6개 은행과 대신증권, 삼성증권, 신영증권, 유안타증권 7개 증권사로 이뤄진 '판매사 공동대응단'이 주도해 만들 예정이었다.
다만 지난주 금감원 주재로 열린 논의 결과 라임운용과 TRS 계약을 맺은 증권사들이 난색을 표하면서 무기한 연기됐다. TRS 계약은 자산운요사가 자산을 대신 매입해주고 그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 것으로 계약상 펀드 자산을 처분할 때 일반 투자자보다 먼저 자금을 회수할 권리를 가진다. 라임운용이 TRS 계약을 맺은 증권사들이 자금을 먼저 빼가면 다른 투자자에게 돌아가는 몫이 그만큼 작아져 일반 투자자가 손실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거다.
라임운용과 TRS 계약을 맺은 증권사는 신한금융투자와 KB증권 한국투자증권 3곳이다. 계약 규모는 신한금융투자가 5000억원, KB증권이 1000억원, 한국투자증권이 700억원으로 총 67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환매가 중단된 라임자산운용 펀드 자산이 1조6000억원 규모인 것을 고려할 경우 40% 이상의 자금이 먼저 사라지는 셈이다.
금융 당국은 대의를 위해 환매 중단 사태의 해결책과 회수율으 높이는 방안을 함께 찾자고 독려한다. 현재 가장 현실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방법이 회수 우선 순위가 있는 TRS 증권사의 일정 부분 손실 부담과 양보다.
증권사들도 물러설 곳이 없다. 회사와 주주의 이익에도 반할 수 있어 자칫 배임 소지로 생길 수 있어서다. 계약에 명시된 내용을 이행하지 않고 금융 당국 방침대로 증권사가 TRS 자금 회수를 미루다가 손실을 입으면 그 책임 소재를 따지기도 어렵다는 얘기다.
물론 당국도 이를 법적으로 제지할 근거는 없다. 금감원 자산운용검사국 관계자는 "(1차적으로 해당 증권사와) 머리를 맞대고 현명한 해결책을 찾자는 목표"라며 "(증권사에) 양보를 요구한 것도 아니고 배임 인지 아닌지 따지기엔 아직 이르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배임은 구체적인 이야기가 나오면 그때 생각할 일"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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