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출생아 수보다 사망자 수가 많아지는 ‘데드크로스’가 지난해 11월 또 다시 발생하면서 올해는 인구 자연감소가 예상된다.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출생아 수는 2만3819명, 사망자 수는 2만5438명으로 집계됐다. 한 달 동안 인구 1600여 명이 줄어든 셈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죽음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출생아 수 감소가 가장 큰 이유겠지만, 사망자 수가 부각되고 죽음에 대한 관심도 커지는 분위기다. 공정거래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상조업체 가입자는 600만 명을 넘어섰다. 할부거래법 적용이 시작된 2010년 이후 최초다.
과거 장례행사는 사돈에 팔촌까지 동원해 친인척 모두가 고인을 보내드리는 모습이 일반적이었다. 최근에는 직계가족 위주로 장례를 치르면서 절차를 간소화하는 문화가 자리 잡는 분위기다. 여기에 고령화 진행과 함께 독거노인 수가 늘어나고, 1인 가구 또한 많아지면서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마지막 길을 준비할 수 있는 상조 서비스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이밖에 상조업체들의 마케팅 활동도 영향을 끼쳤다. 크루즈 여행 결합상품, 안마의자 결합상품을 출시하고, 상조 서비스를 웨딩‧어학연수 등으로 전환할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또, 가전제품 구입 시 상조상품을 할인해 주는 등 다양한 형태로 가입을 유도하면서 가입자 수를 빠르게 늘렸다.
상조업계 관계자는 “어차피 한 번은 치러야 할 장례이기 때문에 여유 있을 때 미리 준비하자는 분위기가 있다”며 “상조 단독 상품이 아닌 타 상품과 결합을 시도하고 있어 가입경로도 다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상조 가입자 증가 추세와 반대로, 상조업체 수는 지속해서 줄고 있다. 할부거래법 개정으로 상조업체 최소 자본금 요건이 3억원에서 15억원으로 늘어나면서 진입장벽이 높아졌고, 부실 업체가 퇴출당하는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등록상조업체 수는 2010년 125개로 시작해 한때 300개에 육박했지만, 지난해 12월 말 기준 86개 사로 줄어들었다. 공정위가 등록상조업체를 집계한 이후 업체 수가 100개 이하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상조업계는 그동안 부실 상조업체 폐업으로 홍역을 앓아 왔다. 상조업체는 고객 선수금을 받아 추후 장례비용으로 사용해야 하는데, 장례를 치르기도 전에 업체가 폐업하는 경우가 많았다. 부실업체에 가입한 소비자 피해는 누적됐고 상조업계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도 쌓여왔다.
공정위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자본금 요건을 높였다. 현재는 대형업체 중심으로 업계가 재편되고 있다. 현재 선수금이 100억원 이상인 대형업체들의 선수금은 전체 선수금의 98% 비중을 차지한다. 전수조사를 통해 자본금 증액을 허위보고한 업체만 걸러내면 구조조정이 마무리되고, 비교적 건실한 업체만 상조업을 영위해 소비자 신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공정위는 “2019년 4분기 중 등록 상조업체 수는 변동이 없었다. 작년 초 개정 할부거래법 시행에 따른 상조업계 구조조정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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