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생’인 이 이사장이 과학기술의 미래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흔히 다보스포럼이라고 불리는 세계경제포럼이었다. 매년 보는 것이라 큰 기대를 갖지 않고 지켜봤던 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의 디지털 플랫폼과 인공지능(AI)은 충격으로 다가왔다고 했다.
전 세계의 흐름을 읽는 국제정치학자로서의 ‘촉’도 작용했다. 이를 영감으로 스웨덴사무소 설치도 추진하게 됐다.
거슬러 올라가면 이 이사장에게 ‘공공외교’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운명적인 관계이기도 하다. 이 이사장이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면서 연구한 분야가 바로 공공외교의 밑바탕이 되는 ‘소프트파워’(연성권력)이기 때문이다.
이후 ‘미들파워(중견국) 외교’도 이 이사장이 국내 학계에 제시한 개념 중 하나다. 이 이사장은 “내가 제안한 원래 개념은 미국과 중국이라는 초강대국이 아닌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 등 ‘다른 선진국들’과 한국을 묶어서 견제와 협력을 하자는 취지였다”면서 “그런데 지난 정부를 거쳐 멕시코, 인도네시아, 터키 등 정말 ‘미들’한 ‘국력의 크기’가 같은 나라가 모이는 외교정책을 지칭하는 것으로 변했다”고 했다.
특히 그는 KF의 주요 성과 중 하나인 한국학과 별도로 ‘한류학’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만드는 시도를 하겠다고 밝혔다.
KF는 설립 이후 현재까지 미국 하버드대·예일대·컬럼비아대 및 영국 옥스퍼드대를 포함해 해외 16개국 91개 대학에 한국학 교수직 136석을 설치했다. 아울러 1만1000명 이상의 해외 유력인사 및 차세대 지도자를 국내로 초청했다.
또한 미국 메트로폴리탄미술관, 영국박물관을 포함한 10개국 28개 해외 박물관에 한국실을 설치하고 KF 펠로십을 통해 7000여명에 달하는 외국인들의 한국 연구를 지원해왔다.
이 이사장은 “내년에 정치, 사회, 역사, 음악, 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불러 한류학 학술대회를 열 예정”이라며 “문화, 예술에 국한되지 않고 한류를 종합학문으로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공공외교가 한류, K-팝(Pop) 등 특정 문화 트렌드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는 “공공외교에 한류보다 좋은 자산이 없다”고 일축했다. 한류를 소비적 자산이 아니라 학문이라는 ‘상위 단계’로 끌어 올리겠다는 것이 이 이사장의 복안이다.
이 이사장은 4강국에 집중된 공공외교의 폭을 유럽과 오세아니아, 북방지역으로 넓혀야 한다고도 했다. 우리나라와 민주주의·시장경제 등 비슷한 가치를 공유하지만 상대적으로 관심이 부족했던 호주사무소 설립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2017년 산하기관으로 부산에서 개관한 아세안문화원이 한국과 아세안 간 쌍방향 문화교류의 대표적인 기관으로 성장한 사례를 들며 “외교부와의 협의를 통해 ‘유라시아문화원’ 설립에 나서겠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올해를 “신북방 중점 협력의 해”라고 천명한 바 있다.
이 이사장은 “정부 신북방정책의 대상인 러시아·독립국가연합(CIS)과의 경제적·인적 교류의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면서 “우리가 운영 중인 중앙아시아 5개국과의 다자협력 채널인 ‘한-중앙아협력포럼사무국’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근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 프로필
△1963년 서울 출생 △서울 대신고 △서울대 외교학과 △미국 위스콘신주립대 정치학 석·박사 △외교통상부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미래전략연구원장 △서울대 국제학연구소장·국제대학원 교수 △제13대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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