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암호화폐 업계에 따르면, 아제이 방가 마스터카드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3일 파이낸셜타임즈와 인터뷰에서 리브라 연합에서 탈퇴한 배경을 뒤늦게 설명했다.
방가 CEO는 먼저 리브라가 비즈니스 모델이 분명하지 않은데다, 미국과 유럽연합 같은 각국 정부가 플랫폼 자체를 규제하려 하는 등 규제준수(compliance)에 대한 우려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어 방가 CEO는 규제준수와 함께 리브라 플랫폼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분명하게 알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지적에 따르면, 리브라는 개방 플랫폼을 콘셉트로 내세웠음에도 불구하고 페이스북의 독점적인 디지털 지갑인 '캘리브라'에 강제적으로 연결되어야 하는 등 개방성과는 거리가 먼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방가 CEO는 페이스북의 수익모델에도 근본적인 결함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화폐란 쌀과 같은 음식을 사기 위해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하고 이용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 하지만 리브라를 이용해 쌀을 사려면 결국 캘리브라를 이용해야 하는데, 이용자들은 캘리브라의 구조를 전혀 이해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캐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 관련 페이스북 개인정보 유출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페이스북은 근본적으로 개인 정보를 활용해 돈을 버는 업체다. 누구도 타인이 자신의 개인 정보를 보는 것으로 이득을 얻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즉, 리브라는 현재까지 확실한 수익모델이 없고, 결국 페이스북과 마찬가지로 개인정보를 활용한 수익모델을 추구하게 될 것이라는 게 방가 CEO의 추측이다.
또한 방가 CEO는 페이스북이 고객 신원 확인(KYC). 자금세탁방지(AML), 데이터 관리 등에 대한 통제 권한을 리브라 협회 회원사들에게 명쾌하게 약속하지 않은 점도 마스터카드가 리브라를 떠난 원인 중 하나로 거론했다.
마지막으로 방가 CEO는 "지역별로 분권화된 결제 시스템은 통합 결제 시스템을 운영하는 것과 비교해 많은 중복 투자가 필요하고, 국경을 넘나드는 거래에서 불필요한 비용 소모를 야기한다"며 "네트워크 데이터를 파편화하기 때문에 사기, 자금세탁 등 범죄를 추적하는데 방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리브라 협회에서는 탈퇴했지만 마스터카드 나름의 글로벌 결제 시스템은 꾸준히 추진할 것임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한편, 비자·마스터카드에 이어 지난 1월 유럽의 이동통신사 보다폰이 리브라 협회에서 탈퇴함에 따라 초기 구성원 28개사 중 8개사가 리브라 협회에서 탈퇴했다. 마스터카드 CEO가 리브라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협회 내의 알력이 있었음을 암시함에 따라 수수료 없는 글로벌 송금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페이스북의 당초 목표는 한층 달성하기 어렵게 됐다. 최악의 경우 리브라 협회가 붕괴할 것이란 예측마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