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올해 들어 지난 7일까지 이익소각을 공시한 상장사는 현대중공업지주, 심텍, 한국정보통신, 현대모비스, NAVER, 한미반도체, 부광약품 등 총 7개사(코넥스 제외)다. 지난해 같은 기간 이익소각 공시는 단 한건도 없었다.
이익소각이란 기업이 자기주식을 사들인 뒤 일정 기간 내 소각하는 것을 말한다. 주식이 소각돼도 기업 가치엔 변동이 없지만, 주식수는 줄어 주당 가치를 높이는 주주친화 정책 중 하나다.
상장사들의 이익소각 이유는 지난해 말 국민연금이 ‘적극적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을 의결해 기업 가치가 훼손될 경우 주주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힌 영향이 크다. 이에 따라 기업들도 적극적인 주주친화정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통해 횡령과 배임, 부당지원행위, 경영진의 사익편취 등으로 기업가치가 훼손되거나 정기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평가결과가 하락한 기업에 대해 주주 제안을 통해서 이사 해임과 정관 변경 등을 요구할 수 있게 됐다.
국민연금이 경영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마련되면서 기업들도 서둘러 주주친화정책을 내놓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익소각의 경우 유통물량이 소각에 따라 사라지는 효과가 발생해 주가 상승의 재료로 잘 알려져 있다.
실제 이익소각 공시일 전 대비 7일까지 이익소각을 공시한 기업들의 평균 주가상승률은 6.57%로 나타났다. 심텍(21.55%), 현중지주(13.56%), 부광약품(10.34%) 등이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였다. 한미반도체와 NAVER는 각각 3.99%, 2.78% 올랐다.
앞으로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요구가 확대되면서 기업들의 이익소각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실제 KB금융은 금융지주사로는 처음으로 지난해 12월 100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을 소각하기로 결정했으며 신한금융지주도 이익소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주주권한 확대에 대한 관심이 자본시장 전반적으로 확대되고 있고, 기관 투자자들도 이를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추세”라면서 “배당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이익소각은 앞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다만 이익소각에 나섰다고 해서 무조건 투자해선 곤란하다. 한국정보통신과 현대모비스는 이익소각 공시일 대비 주가가 -2.71%, -3.55%를 기록하며 소각 효과를 보지 못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익소각과 이익창출은 엄연하게 다르다. 이익소각에 나서는 기업들은 대부분 우량주들이지만 주가 등락은 피할 수 없다”면서 “이들 기업에 투자한다면 단기적인 성과를 따지기보다 시장상황 등을 면밀히 살펴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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