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진자가 늘자 역학조사관들은 쪽잠을 자며 의심 환자들을 쫓고 있습니다."
감염병의 초기 진화를 맡으며 '감염병 소방수'로 불리는 역학조사관 인력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정부는 5년 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겪고도 역학조사관 인력 충원 등 감염병 예방 대응을 가볍게 여기는 모양새다. 역학 조사관 인력이 동‧식물 검역관에 비해 고작 10분의 1수준인 70명(2019년 기준)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11일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 등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 공포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미처 손쓸 수 없을 정도로 중국 전역과 아시아를 넘어 유럽, 아메리카 지역까지 침투해 빠른 전파력으로 사람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첫 확진자 발생 후 3주 만에 신종 코로나 누적 확진자가 28명으로 늘었다.
그런데 한국은 감염병 대응 기반이 여전히 약하다. 방역 실패 사례로 꼽히는 메르스 사태 당시 국내 중앙 역학조사관은 10명도 채 안됐다. 이마저도 비전문가로 이뤄진 공중보건의가 대부분이었다. 다음해인 2016년 정부는 역학조사관 43명을 고용하며 인력 증원에 나섰지만, 매년 인력 증원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상황이다.
올해는 지난해 보다 7명(77명) 늘어났지만, 이 중 역학 업무 전문성을 인정받은 '전문임기제' 인력은 32명에 불과했다. 전문임기제 정원이 43명인 점을 고려하면 아직도 11명이 부족하다. 더군다나 6년 이상 의사 경력이 있는 역학조사관은 고작 3명이다. 이 역시도 정원인 7명을 못 채웠다.
반면 동‧식물 검역관 수는 꾸준히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농림축산검역본부의 수의직 검역관은 2016년 254명, 2017년 301명, 2018년 311명, 지난해 323명으로 집계됐다. 농업직 검역관도 2016년 349명, 2017년 368명, 2018년 384명, 지난해 399명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기준 동‧식물 검역관 수가 총 700여 명 이상인 셈이다.
정기석 한림대 의대 호흡기내과 교수는 "동‧식물 검역관의 경우 인력도 많고 조직이 일원화 돼 있는 반면, 감염병 대응 인력은 수도 적고 조직도 중앙과 시‧도로 이원화 돼 있다"며 "감염병 예방을 위한 핵심 전문인력인 역학조사관의 인력 증원과 함께 역량을 키우는 것이 앞으로의 가장 큰 숙제"라고 주장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