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룬 앵글로폰(영어권)의 주 거주 지역인 사우스웨스트 출신 한 청년이 지난 10일(현지시간) 자신의 SNS에 총선과 지방선거가 조작됐다고 주장하며 조작 실태를 폭로하는 영상을 게재했다. 해당 영상에는 투표소 관계자가 투표용지를 특정 후보의 박스 안에 쏟아붓는 장면이 담겼다.
아직까지 영상의 진위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관련 게시글에는 비슷한 사례를 주장하는 댓글들이 이어지며 부정선거 반대 움직임이 일고 있다.
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아프리카 국가 카메룬이 선거 보이콧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카메룬은 정치·경제적 불안요소로 인해 무려 7년간 총선을 두 차례나 미룬 경험이 있다.
주요 야당인 '카메룬르네상스운동(MRC)'도 선거 진행을 거부하고 있어 사실상 민주주의 선거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
카메룬은 식민시절을 거쳐 지배집단인 프랑코폰과 소수집단인 앵글로폰으로 나뉘어 수십년간 내전 우려를 낳고 있다.
카메룬은 영어와 프랑스어를 공용어로 쓰고 있지만 10개 주 가운데 8개 주가 프랑스어를, 2개 주가 영어를 사용해 사회·문화적으로 소외된 영어권에 속한 집단의 불만이 크다. 영어권 분리주의자들은 2016년부터 '암바조니아(Ambazonia)'라는 독립국 건설을 추진하며 무장테러 행위를 벌이기도 했다.
특히 카메룬은 명목상 대통령 집권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프랑코폰 인사인 폴 비야(87)가 1982년부터 40년 가까이 장기 집권하고 있는 독재정권 체제여서 경제 발전도 더디게 이뤄지고 있다.
비야 대통령은 종신 대통령 체제를 위해 2008년 헌법에서 연임 제한 조항을 삭제하기도 했다.
비야 대통령의 장기 집권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며 2018년 주요 야당인 MRC 후보 모리스 캄투가 득세했지만, 비야 대통령의 승리로 끝났다. 당시에도 야당은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했지만 캄투를 비롯해 야당 인사들이 투옥되며 체제 전환 시도는 실패했다.
이번 총선과 지방선거도 비야 대통령을 지지하는 인사들의 승리로 끝날 것이라고 국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불안한 정세가 이어지고 있는 카메룬의 선거 결과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