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현재 통화정책 적절" VS 트럼프 "금리 더 내려라"
파월 의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갈등은 지난해부터 본격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의 금리 정책이 미국 경제를 망치고 있다고 틈날 때마다 비난했다. 특히 파월 의장에게 '한심하다, 미쳤다, 멍청하다'와 같은 무례한 언사를 서슴지 않았다. 지난해 연준의 3차례 금리인하가 대통령의 압박에 무릎꿇은 결정이라는 지적이 나왔던 것도 이 때문이다.
2020년 초 연준의 기준금리는 1년 전에 비해 0.75%P나 낮아졌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만족하지 못했다. 11일 트위터에 "연준의 금리는 너무 높으며, 달러는 수출을 힘들게 하고 있다"고 올렸다. 심지어 파월 의장의 발언 때 주가지수가 하락했다는 유치한 공격까지 일삼았다. 그는 트위터에 "파월이 증언을 시작했을 때 다우지수는 125(포인트) 올랐고, 상승세였다"면서 "보통 그렇듯이 그가 발언하면서 지수는 지속해서 반락했고, 지금은 마이너스(-) 15(포인트)"라고 올렸다.
그러나 파월 의장은 11일 하원 증언에서 금리 동결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코로나19의 영향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지만, (그로 인한) 경제의 중대한 변화가 생기지 않는 이상, 금리인하와 같은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파월 의장은 경제 상황에 대해 낙관적 판단을 유지했다. 고용은 신규 노동시장 진입자를 흡수하는 것보다 많이 성장하고 있으며, 소비는 지난해 말에 다소 완만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기반이 탄탄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미국 경제는 매우 좋은 위치에 있으며,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면서 "글로벌 성장도 바닥을 치고 올라오는 징후를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글로벌 저금리 상황에서 중앙은행의 역할이 크지 못하다고 지적하면서, 지나친 저금리는 경기둔화 시기에 중앙은행의 능력을 제한한다고 강조했다. 무분별하게 금리를 인하할 경우 진짜 비상사태에 금리인하 여력이 사라질 수 있는 위험을 경고한 것이다.
◆"트럼프 재선 뒤 파월 날릴 것"···연임가능성도 '0'
이처럼 엇박자를 이어가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뒤 파월 의장이 현 직위를 유지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NBC 뉴스는 11일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될 경우 그는 연준을 자신의 뜻에 따르는 이들로 구성하면서, 경제를 혼란 속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클리이언트 스트래티지의 대표인 미첼 골드버그는 "트럼프가 재선될 경우 그는 자신이 파월 의장을 해고할 권한을 가지게 됐다고 믿을 것이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에도 코웬의 크리스 크루거 정책 분석가는 CNBC에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성공할 경우 경제 성장을 저해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누구라도 날려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내년 재선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혀 망설이지 않을 것"이라며 "제프 세션스 전 법무부 장관에게 했던 것을 파월 의장에게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10월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 해임을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연준 의장의 해임은 쉽지 않다. 절차상의 문제가 복잡한 만큼 법적 공방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리서치 기업인 퀼 인텔리전스의 다니엘 디마르티노 부스 대표는 NBC에 "법적 공방을 통해 파월 의장을 해고하는 일은 어려울 뿐만 아니라 반발에 부딪힐 위험이 높다"면서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의 임기 종료를 기다렸다 자신이 연준에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해주는 인물을 밀어넣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이사로 지명한 주디 셀턴이 향후 가장 유망한 의장 후보로 꼽힌다고 외신은 전했다.
전문가들은 연준이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대로 움직일 경우 상황은 매우 위험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디마르티노 부스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바라는 것은 미국의 기준금리를 마이너스 수준까지 내리는 것이다"라면서 "그렇다면 (미국 경제는) 헤어나올 수 없는 심연으로 들어가게 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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