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환자 막기 위한 압박감에 쫓기고, 몇 시간씩 CCTV볼 때는 진땀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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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희 기자
입력 2020-02-12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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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종코로나] 박영준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 환자관리팀장 인터뷰

박영준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이하 중대본) 역학조사 환자관리팀장 [사진=질병관리본부 제공]

“어디서 또 누구에게 감염병이 전파됐을 가능성에 대비해 신속하게 움직여야 합니다…환자 동선 파악을 위해 몇 시간씩 CCTV볼 때는 얼마나 지루한지 직접 경험해봐야 알 수 있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지난달 국내에 상륙하고 매일을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관이 그 주인공. 확진자 발생 시 사전조치부터 출동, 동선‧데이터 파악, 확진자 면담 등을 24시간 안에 모두 파악해야 한다.

박영준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이하 중대본) 역학조사 환자관리팀장(예방의학 전문의)은 12일 오전 정부오송청사에서 보건복지부 기자단과 함께 인터뷰를 진행하고, 실제로 현장에서 신종 코로나를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를 소개했다.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면 역학조사관과 지자체‧보건소 관계자는 신속대응팀을 구성해 현장에 출동한다. 질병관리본부가 오송에 위치하다 보니 현장으로 이동하는 시간동안에는 지자체와 보건소가 현황파악 등 사전조치를 실시하게 된다. 현장에 모인 신속대응팀은 확진자 정보 관련 회의를 진행하고 업무분장을 한다.

박영준 팀장은 “신속대응팀이 꾸려지면 누가 동선을 파악하고 현장에는 누가 나가고, CCTV분석과 카드사용 내역 데이터 담당은 누가할 것인지 등의 업무분장을 통해 팀플레이가 시작된다”며 “저녁 8시쯤 점검을 끝내고 놓친 것이 없는지 다시 한 번 내부 브리핑을 통해 평가하고 향후 계획을 수립한다. 이 모든 것을 24시간 안에 끝내고 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와 같은 감염병은 시간이 매우 중요하다. 어디서부터 감염된 것인지 파악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누구에게 전파했을 가능성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박 팀장은 “감염경로와 전파경로에 대한 신속한 조사가 이뤄져야 확진자를 최소화할 수 있다”며 “누구에게 전파시켰을지 조사해 현장상황에 맞게 신속한 대응을 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적 압박감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신종 코로나의 경우 증상 등 사례정의가 과학적으로 정리가 되지 않은 부분이 있기 때문에 거기에서 오는 불확실성이 있다. 이 환자를 접촉자로 볼 것인가, 증상이 있는 의심환자로 볼 것인가에 대한 즉각적인 판단과 결정이 매번 필요하다”며 “여기에는 항상 경계선상에 있는 것이 많지만 시간은 또 충분치 않기 때문에 어려운 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관이 현장에서 방어복을 입고 있다. [사진=질병관리본부 제공]

12일 오전 기준 신종 코로나 확진자는 총 28명이다. 이 중 제 3국을 통해 감염된 사람도 있고, 갑자기 접촉자가 크게 늘어난 확진자도 있다. 동선이 추가되거나 2차, 3차 감염으로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들도 있다. 그럴 때마다 국민들 불안은 한층 심해져 방역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비난도 받는다.

박 팀장은 “역학조사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언제부터 증상이 발생했는가’인데, 확진자 진술이나 주관적인 판단과 달리 근거나 정보가 추가적으로 확인되면 시점 등이 재평가될 수 있다”며 “태국이나 일본에서 온 확진자처럼 사례정의에 맞지 않은 경우가 발생했을 때는 전략 자체가 바뀌어야 하고, 제한정인 정보 안에서 이 사람의 위험환경 노출을 어디까지 봐야할 것인가를 정하는 점도 어렵다. 때문에 조사에 따라 일부 추가되는 부분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과정에서 역학조사관의 노하우는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면담에서 확진자가 기억하지 못하는 동선이나 특이사항 등을 찾아내 빈틈을 막고 있다.

박 팀장은 “확진자가 불러주는 대로 받아 적어 조사하는 방식에는 허점이 생길 수 있다, 생활 과정 중에 어떤 행동을 했을 지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추론)을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테면 귀가 시 이동수단은 무엇을 이용했는지, 여기서 엘리베이터는 이용했는지 등에 대해 재차 캐묻고 상세한 부분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어진 시간 안에서 신속하고 정확한 판단을 내리는 것과 더불어 여러 애로사항도 있다.

박 팀장은 “확진자의 기억이 불분명하고 카드사용내역도 없을 때 CCTV를 몇 시간 씩 볼 때가 있는데, 지루하면서도 그 안에서 놓치는 것이 없는지 얼마나 긴장해야 하는지는 경험을 해봐야 알 수 있다”며 “확진자의 인상착의만 보고 찾아내야 하는 어려움이 있고, CCTV역시 사각지대가 존재해 이와 관련해 결정을 내리는 등의 어려움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어 “확진자 면담은 대체로 잘 진행되고 있는데, 보통 공공성을 강조하며 협조를 구하고 있다”며 “이 같은 정보가 가족과 친지, 지인들을 보호할 수 있다고 석득하며 진술을 유도하고 있다. 물론 협조거부 시 벌칙조항이 있으나 이 부분을 강조하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또 박팀장은 일반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점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는 비말(침방울)전파를 통해 감염되는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확진자와 지나가는 길에 만난 사람들까지 모두 접촉자로 분류하지 않는다”며 “접촉자를 분류할 때 2m거리 내에서 면대면 접촉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1m를 기준으로 하는 나라도 있으나 우리는 보수적으로 2m로 넓게 잡았다”고 말했다. 때문에 유동인구가 적지만 접촉자는 더 많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이어 “일반적으로 감염병은 증상이 발생한 이후 전파가 이뤄지고 있어 확진자의 접촉자, 그 접촉자와 접촉한 사람까지도 다 감시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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