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확진자 급증 쇼크…대한민국, 공포를 방역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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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 논설실장
입력 2020-02-14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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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주경제 '코로나19-한중의 실상과 전망'좌담 …"국내 대처 잘하고 있는 편"

 

[신화통신]



영화 '컨테이전(Contagion,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 2011)'은 홍콩발 정체불명의 바이러스에 대한 얘기다. 전염병의 발병과 확산의 과정을 다룬 이 영화는 '공기 속에 떠도는 두려움'을 조명했다. 바이러스도 시발점이 존재하는 것처럼 공포에도 촉발하는 원인이 있다는 걸 생각하게 한다. 전염병 와중에도 정치적 이익이나 경제적 실익을 챙기는 존재가 있다는 의심이 증폭되고, 그것이 불신과 불안을 가중시켜 사회문제를 유발한다. 공포를 잡지 못하면 바이러스보다 더 빨리 사회의 정상적인 기능들을 마비시킨다는 것을 영화는 소름끼치게 보여준다. 하지만 현실은 대개 영화를 앞지른다. 

이제 한 고비를 넘었나 싶었던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다시 고개를 들듯 사망자와 확진자 숫자의 그래프 끝을 바싹 들어올리며 공포를 키우고 있다. 지난 12일 하루 사이에만 중국 후베이성의 사망자가 242명이 늘었다. 중국 전체로 사망자가 1362명이 됐다. 국내는 아직 사망자는 나오지 않았고 확진자 중에서 치료에 성공한 환자들이 퇴원하는 사례가 늘어 안도하는 분위기였는데, 중국 상황의 악화로 심리가 다시 얼어붙고 있다. 이제 이 '공포'를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류는 14세기 최대 2천만명 사망으로 유라시아 대륙을 시신으로 뒤덮은 페스트(흑사병)를 겪었고 1918년 6개월 만에 50만명이 사망한 스페인 독감과의 전쟁을 치렀다.  공포의 트라우마는 변종의 전염병이 급습할 때마다 본능적으로 살아나는 듯하다. 마스크 뒤에 숨은 민심은 일손을 놓고 스마트폰 모니터창으로 쏟아지는 바이러스 뉴스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영화가 보여주었듯이, 때로는 바이러스 자체보다 인간들 사이에 급속도로 전염되는 불신과 공포가 치명적인 피해를 부른다. 치안의 위기, 경제의 마비, 소통의 단절. 죽음을 몰고 다니는 바이러스 앞에서 '조심'과 '불안'의 경계는 어디인가. 가늠하기가 어렵다. 문재인 대통령은 아산과 진천의 교민 수용시설을 방문한 데 이어 12일엔 서울 남대문시장을 찾아 "지나치게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고 상인들을 다독였다. 정부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국가경제의 심상찮은 위축 상태를 풀기 위해 '공포'를 방역하는 다양한 설득 작업을 펼치고 있다. 정상적인 경제행위를 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시급해졌기 때문이다.

본지는 12일 '코로나19, 한국-중국의 실상과 전망' 긴급 좌담회를 가졌다. 박상철(국제백신연구소 한국후원회장), 박승준(전 조선일보 베이징·홍콩 특파원), 곽재원(전 경기과학기술진흥원장), 전병서(전 중국경제금융센터 초빙연구위원), 주재우 교수(베이징대 국제정치학 박사) 등 각 분야의 권위자들이 열띤 토론을 벌이며, 이 전염병에 대한 구체적이고 전문적인 견해들을 나눴다(이승재 논설위원이 진행). 참석자들은 "아직 이 바이러스에 대한 전망을 내놓기는 이르지만, 한국의 경우 상당히 잘 대처하고 있는 편"이라는 진단을 내놓았다. 

좌담에서는 또, 우한교민 전세기 수송은 한·중관계 수립 이후 처음으로 시도한 비상탈출로 '외교 성숙도'를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사스 때만 해도 베이징, 상하이, 칭다오 등에 수십만의 교민이 있었지만 비상탈출은 없었다는 것이다. 팬(pan)코로나바이러스 백신 연구가 상당히 진척되었다는 얘기도 있었다. 메르스 백신의 경우 국제백신연구소에서 2~3단계에 이미 들어갔다고 한다. 

이번 사태로 중국의 시진핑 지도체제 유지와 경제운용에 차질이 빚어질지에 대한 전망들도 나왔다. 참석자들은 공산당 체제의 중앙집권에 대한 문제 제기가 나올 수는 있지만, 중국 내에서 '전염병과의 영웅적 전투 승리'라는 패러다임의 여론을 형성하는 당의 노하우가 있어서 정치적으로 풀어나갈 것이라고 봤다. 또 성장률 차질 문제도 재정·금융 동원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여력을 가지고 있고, 또 이후 강력한 부양책으로 상황을 만회하는 전략을 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사태로 한·중·일이 '호흡공동체'라 할 만큼 전염병에 긴밀하게 엮여 있음이 다시 드러났다면서, 이후 동북아 국가들이 현재의 '정냉경온(정치는 차갑고 경제는 미지근함)'에서 '정온경열(정치는 온기를 부여하고 경제 열기는 높임)'로 나아갈 기회를 맞았다는 평가도 있었다. 특히 중국 후베이성의 의료수준이 백일하에 드러난 이번 사건으로 중국의 대대적인 의료보건 투자가 이뤄질 것이므로, 한국도 이에 대비해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편 우리 정부가 중국의 곤경을 우리의 곤경처럼 도와줘야 한다는 발언을 하지만, 이것이 적절한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런 입장이 중국의 환심을 살 수 있다는 것은 착각에 가깝다는 것이다. 사스 사태 종결 직후에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방중까지 했지만, 전염병이 사라진 뒤 중국은 곧 동북공정을 본격적으로 진행한 일이 있었다는 걸 지적했다. 이런 중국의 태도들을 현실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두 시간 동안 진행된 이날 좌담에서 참석자들은 중국에서 발생한 전염병에 대해 한국이 국익을 우선시하면서도 이웃국가의 곤경까지 살피는 성숙한 외교를 펼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에 입을 모았다. 그런 가운데서도 과도한 공포나 불안감 조장이 빚어내는, 부적절한 경제와 사회활동의 마비상태가 지속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점에도 공감했다. 다만 정부가 중국의 심기를 살피다가 우리 국민의 위험을 키우는 듯한 정책을 고수하는 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전염병 위기에서 자국민 안전이 우선되는 정책은 불신과 공포를 원천적으로 방역하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당연히 견지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상국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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