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정부에선 ‘고용 연장’ 결정 못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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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승일 기자
입력 2020-02-1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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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용부 "내년 하반기에나 공론화"...문 정부서 도입 사실상 불가능

  • 임금 삭감 전제한 '재고용' 방식 유력 속 노사 모두 강하게 반발

  • 유경준 교수 "임금ㆍ고용 유연성 없는 고용 연장 어려운 과제"

60세 정년 후 근로자의 고용을 연장하는 '계속 고용제도'를 문재인 정부에서 도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부터 홍남기 경제부총리에 이어 최근 문재인 대통령까지 관련 발언을 이어가고 있으나,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는 내년 하반기에나 공론화 일정을 짜고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13일 "이달 말 계속 고용제 관련 연구 용역을 발주하면 올해 말 보고서 결과를 받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결과 분석 후 내년에 제도 설계에 들어가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논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인 계속 고용제 도입 논의 시기는 기획재정부와도 협의해야 알 수 있다"고도 했다.

계속 고용제는 기업에 60세 정년 이후 일정 나이까지 고용 연장 의무를 부과하되, 재고용·정년연장·정년 폐지 등 고용 연장 방식은 노사가 선택하게 하는 제도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일 일자리 정책 관련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노년층 일자리 정책으로 "고용 연장 문제를 이제 본격적으로 검토할 때가 됐다"고 말하면서 다시 수면 위로 부상했다.

지난해 6월 홍남기 부총리가 한 대담 프로그램에서 "정년 연장을 사회적으로 논의할 시점"이라고 말하면서 화두로 떠올랐다. 그해 9월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인구구조 변화 대응 방안'을 발표하며 "정년 연장은 중장기 과제"라고 한 발 빼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가 다시 부상하는 양상이다. 당시에도 현 정부 임기인 2022년부터 계속 고용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었다.

정부는 계속 고용제 중에서도 60세 정년 후부터 임금 삭감을 전제로 고용을 연장하거나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재고용 방식에 무게를 두고 있다. 법 개정에 따라 2016년부터 정년이 58세에서 60세로 높아졌는데, 3년도 되지 않아 정년 연장 또는 폐지를 다시 논의하는 것은 노동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고용 악화로 어려움을 겪는 현 정부가 문 대통령까지 나서 고용 연장 의지를 재천명하면서 그 속도에 관심이 쏟아지고 있으나, 실제로는 연구만 해보겠다는 매우 소극적인 정책 의지로 확인되고 있다.

실제로 현 정부에서 실천 의지를 구체화하더라도 보완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경영계와 노동계의 반발은 거셀 것으로 예상한다. 사업주는 재고용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노동자는 임금 삭감을 이유로 반대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2022년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현 정부의 지지 세력으로 분류되는 노동계와 각을 세우기도 어렵다.

여전히 연공서열식 호봉제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임금체계 개편 없이 고용을 연장하면 청년 취업난이 가중되면서 세대 간 갈등, 노동시장 격차에 따른 노사 갈등만 악화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유경준 한국기술교육대 교수(전 통계청장)는 "임금, 고용 유연성을 확보하지 않은 채 고용을 연장하기는 쉽지 않은 과제"라며 "노사 자율로 계속 고용 방식을 선택해야 하는데 정부 방침만으로 이 제도를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고용노동부, 환경부, 농림축산식품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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